대한민국 최고의 권부(權府) 청와대는 함부로 접근이 안 되는 곳이다. 기자들조차 가까이하기 어려운 곳이니,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김대중 정부 시절만 해도 기자들이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시간을 정해놓고 청와대 비서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대통령의 참모들을 자유롭게 만나며 취재를 했지만, 그 이후 정부에서는 취재 통로가 완전히 막혔다.
"사고도 가끔 났어요. 책상 위 서류를 들고 가 기사를 써버린 기자도 있어서 난리가 났죠.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문서를 반드시 책상 상단 캐비닛에 넣게 했어요. 그래도 완벽하게 감출 수는 없었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시 정부의 기조는 기자들이 청와대를 자유롭게 출입하며 청와대에 묻고, 청와대는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들이 묻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묻는 것이기 때문이죠." 김대중 정부 당시 한 참모의 얘기다.
현재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은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는 통로가 막혀 있고 출입기자가 대통령 근접 취재(POOL) 당번이 돼 청와대 경내로 들어갈 때도 검색대를 통과하고 노트북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0일에도 기자들은 사전 명단 확인·소지품 검사 등의 절차를 밟고서야 영빈관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기자가 요즘 서울에서나, 대구에서나 밥을 먹을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종업원 임금이 너무 올라 죽겠다"는 식당 주인들의 하소연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종업원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던 10일 기자가 저녁 식사를 한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는 식당 주인 혼자 일하고 있었다. 종업원이 없느냐고 기자가 물어보니 내보냈다고 주인은 답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라는 것이 대체적 경향"이라고 했다. 과연 전국의 자영업자들 중 대통령의 이 말을 그대로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언론과 거리를 두는 닫힌 청와대는 예전 봉건 왕조시대처럼 궁궐 밖 소식을 알 수 없다. 결국 전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비정규 아르바이트생들이 요즘 불안해하는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생산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 국민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국민과의 소통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핵심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얘기를 언론을 통해 들을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청와대 담장이 낮아지는 소리,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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