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다른 사람 돕겠다 다짐"…기부금 70% 반야월에 써달라 요청
"내 고향 대구, 그리고 평생 터 잡고 살아온 반야월이 저에게 준 사랑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대구 동구 반야월에서 19년째 과수 농사를 지으며 대추와 감 등을 길러온 농부 강위태(76) 씨가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올해 두 번째, 대구 114번째 회원이다.
그는 대구 최초의 '농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기록됐다. 11일 오후 찾은 강 씨의 농원. 3만3천㎡(1만 평)에 달하는 대지에는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잎이 떨어진 감나무들은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낡은 베레모를 쓰고 해진 장화를 신은 강 씨가 허름한 시골집 문을 열고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심더."
강 씨는 이곳을 농원 창고 겸 임시 거주지로 쓰고 있다고 했다. 벽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튼실한 늙은 호박 하나가 굴러다녔다. 낡은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고, 선반에는 오래된 브라운관 TV가 있었다. 어딜 보아도 1억원이라는 거액을 기탁한 사람이 기거하는 곳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는 작물들이 냉해라도 입을까 이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농원에 나온 '천상 농부'였다.
1941년 당시 경북 경산군 안심읍(현재의 대구 동구 반야월)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강 씨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16세가 겨우 넘었을 무렵부터 생활고에 시달렸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그에게 옆집에 살던 한 아주머니가 쌀 한 되를 내밀었다. "그 쌀 한 되로 죽을 끓여서 일주일이나 끼니를 때웠어요. 그때 처음 '나도 성공하면 꼭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다섯 동생 뒷바라지를 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3천500원을 들고 무작정 시장으로 나갔다.
"토끼를 사 풀을 먹여 길렀는데, 갑자기 토끼 모피가 유행하면서 돈이 엄청나게 벌리더군요. 그런데 군대에 간 사이 아버지가 그 돈을 다 써버렸다니까요." 다시 빈털터리에서 시작한 그는 과거 아버지가 했던 소 장사를 물려받아 크게 키웠다. 나중에는 식육점도 차려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땅을 사 점점 늘렸다. "사주를 봤더니 내가 재물운 하나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 씨는 '땅부자'가 됐어도 쌀 한 되로 죽을 끓이던 시절 다짐을 잊지 않았다. 생활이 안정된 1969년부터는 한밤중에 몰래 라면상자를 들고 집을 나서 안심읍 도처의 어려운 가구들에 돌렸다. "1년 만에 500집 넘게 라면을 돌렸더라고요. 사람들이 모르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고 나를 대의원이나 구의원까지 추천을 했죠." 그는 초대 동구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 19년 전부터 여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는 이번 기부가 고향 대구와 반야월에서 받은 사랑을 갚은 것뿐이라고 손사래 쳤다. "성공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렇게 일어설 수 있었고, 그걸 돌려줄 뿐이지요."
태어나 자란 반야월에 아직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그는 이번 기부액 중 70%를 반야월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 데 써달라고 요청했다.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꼭 옛날 내 모습처럼 가엾고 아픕니다. 그 사람들한테 내가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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