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국제시조 창간호

입력 2018-01-12 00:05:00

시조 매력 세계에 전한다

경북지역 문인들의 신간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격주에 한 권씩, 때에 따라 두 권씩 희소식을 전합니다. 오랜만에 들려온 우리 지역 작가들의 글뭉치를 '오랜만입니다'에서 알려드립니다.

가두리 그물 속에서 펄떡이다 돌아온 밤/ 아버지, 휘인 등에 수평선이 넘실댄다/ 당신의 바다를 발라 입에 가득 넣어주신.('고등어' -장계원 작-)

고등어살을 발라 자식의 입에 넣어주는 아비. 가쁜 숨 내쉬며 살아온 거친 삶의 흔적, 굽은 등이 눈앞에 선하다. 젓가락질은 분명 떨리고 있었을 거라 상상한다. 삼강행실도 효자 110명의 도화를 견주어도 좋다. 201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인급 시조시인 장계원의 이 짧은 글은 '효'(孝)를 설명할 책 한 권에 뒤지지 않는다. '시조의 힘'이다. 뭉텅뭉텅 썰어낸 시구에, 애써 예쁜 말로 치장하지 않는다. 짧기에 여운은 길다.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하이쿠(俳句) 한 수가 온종일 머릿속에 머문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줄 하이쿠의 대가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는 알았을까.

'얼마나 운이 좋은가, 우리에겐 시조가 있었으니.'

'국제시조' 창간호가 나왔다. 국제시조협회 회원들이 품었던 시조 한 수씩 꺼내 담았다. 일본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각 27수씩 총 54수를 원문과 함께 실었다. "아무리 좋은 시라 해도 세계에 알려지려면 응당한 번역이 있어야 한다"는 데 회원들의 의견이 모인 것이다. 우선 일본과 중국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이쿠와 한시라는 뿌리가 비슷한 문학이 나침반 역할을 했다. 창간호의 상징적인 역할인 표지엔 최남선 시비가 실렸다. 청도시조공원에 있는 26개 시비 중 국내 최초로 시조시집을 낸 시인이기 때문이다.

민병도 국제시조협회 이사장은 "시조는 우리 생활에 이미 녹아들었다. 삼행시, 폭탄사 등이 시조의 응용이거나 아류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젊은 층에 실력자들이 적지 않다. 양지로 끌어올리는 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간호는 국내시장도 노린 '종합 시조 세트'다. 국내 유수의 신춘문예에 빠지지 않는 시조 부문의 저변 확대도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올해는 '청도국제시조대회'를 여는 것과 별도로 '국제시조문학제'도 연다는 계획이다. (사)국제시조협회 054)371-3544. 151쪽, 1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