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뉴>겨울철 독감 유행이라지만…새벽 4시부터 소아과 대기 "전쟁 난리통 방불케"

입력 2018-01-11 11:46:08

지난 주말 일요일에 진료하는 대구 시내 한 소아과가 환아와 보호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매일신문 독자 제공.
지난 주말 일요일에 진료하는 대구 시내 한 소아과가 환아와 보호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매일신문 독자 제공.

5살 난 아들을 둔 A씨는 지난 주말 감기에 걸린 아들을 데리고 대구 달서구의 한 소아과를 찾았다가 급히 차로 대피(?)했다. 접수를 시작하는 오전 8시 40분경 병원 로비에 환아들과 보호자 100여명이 모여 북적였던 탓이다. 독감환자가 매우 많아 혹시 아들이 독감에 옮을까 아들과 아내를 차량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A씨는 다행히 접수에 성공했다. 오전 6시에 미리 병원을 방문해 '번호표'를 뽑았던 덕분이다. A씨의 번호는 47번이었고 새벽 4시에 번호표를 뽑은 남성이 첫 번째로 접수(번호표 1번)할 수 있었다.

A씨는 "안일하게 접수 시작 시각에 맞춰 왔더라면 진료를 받지 못했을 거다. 진료는 오후 1시까지 하지만 환자가 너무 많은 탓에 접수를 시작하고 1시간 만에 접수를 마감하더라"며 "진료를 받지 못한 환아와 보호자는 발을 동동 굴리더라"고 말했다.

올겨울 독감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밀려드는 환자에 병원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내 2차감염의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기승을 부린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지 한 달 만에 대구지역 독감 의사 환자 수는 6배가량 늘었다. 지난달 첫째 주 1천 명당 14.4명에서 마지막 주 1천 명당 80.6명으로 증가한 것. 무엇보다 올겨울은 예년과 달리 A형과 B형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소아과 등 병원에는 진료시간 내내 수시로 접수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주말에도 문을 여는 일부 소아과 병원은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진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을 전전하거나 응급실 등을 찾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독감환자들이 몰리면서 아이가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에 걸릴까 보호자들은 노심초사다. A씨는 "병원 내에 소독제를 비치하고 있지만 워낙 환자가 많아 소독제는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며 "감기에 걸린 아들이 혹시 독감이라도 옮을까 진료받을 때만 잠깐 병원에 들어갔다가 얼른 나왔다"고 했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외출 후에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고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독감 유행은 보통 4월까지 지속되므로 독감예방주사를 지금 맞아도 늦지 않다. 보통 2~4주 안에 항체 형성이 되니까 충분히 예방 효과가 있다"며 "특히 59개월 미만 영아들은 무료접종이 가능하므로 가까운 무료접종기관을 찾아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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