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CES를 가다] 40개社 글로벌시장 노크…청년체험단 30명 꿈 체험

입력 2018-01-11 00:05:00

대영채비의 전기車 충전기, 알에프는 유리창 청소 로봇, 미국·유럽·중동 진출 노려

전기차 충전기 생산 업체 (주)대영채비의 \
전기차 충전기 생산 업체 (주)대영채비의 \'CES 2018\' 대구공동관 부스
4차 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이 대구에 창의
4차 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이 대구에 창의'창업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9~12일 열리는 'CES 2018'을 방문했다.
'CES 2018'에 참가한 아이티헬스 배윤섭 대표.

대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참가하며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밝히고 있다. 대구시는 2013년부터 6년 연속 참가하고 있는 이번 CES에 지금껏 가장 많은 40개 기업을 참가시켜 글로벌 시장 도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지역 청년 30명으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 청년체험단'도 파견했다. 둘 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독보적인 활동이다. 이번에 대구시는 국내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공동관을 마련했고, 청년체험단 파견도 최초다. 기업을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두 활동 모두 크게는 4차 산업혁명, 구체적으로는 대구시가 요즘 매진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 등 미래산업 테스트베드 구축과 같은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6년째 국내 지자체 유일 CES 대구공동관

9일 오후(현지시간) CES 첫날 사우스플라자 전시관. 입구를 지나 중앙 통로에 서니 100m 앞에 'DAEGU METROPOLITAN CITY'(대구 메트로폴리탄 시티)와 'DAEGU TECHNOPARK'(대구 테크노파크)라는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곳이 대구시가 6년째 마련하고 있는 지역 기업 공동 전시관인 '대구공동관'임을 알리는 간판이었다.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40개 지역 기업 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40개로 2배 가까이 참가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왼쪽에 있는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생산하는 ㈜대영채비(대표 정민교)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여성과 노인도 가볍게 들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전기차 충전기 모델 3대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멈춰 서게 했다. 이제 갓 설립 3년 차가 된 대영채비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전국 대상 1천 대가 넘는 전기차 충전기 공급 입찰을 따냈고, 올해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담 충전 서비스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잇따라 호재를 맞고 있다. 이어 올해는 큰 시장이 있는 유럽과 미국도 넘보겠다며 새해가 되자마자 CES 2018에 참가한 것이다.

대영채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생산'설치'운영 모두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경쟁력을 쌓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의 경우 생산은 우리가 맡더라도 설치와 운영은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CES 2018에서 찾고 있다"며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고출력과 고효율,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승부한다. 전기차 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대구를 기반으로 제품 경쟁력을 더욱 쌓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납작한 로봇이 부스 사무실 창문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던 이순복 ㈜알에프 대표는 "세계 유일 유리창 청소 로봇 '윈도우메이트'이다. 비슷한 제품이 있지만 유리창 안과 밖을 동시에 청소하는 제품은 우리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CES 대구공동관에도 부스를 차렸던 알에프는 윈도우메이트를 가지고 당시 CES로부터 '가정용 전자기기' 및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 등 2개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될 정도로 주부와 노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로봇=어렵지 않다'는 인식 제고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또 당시 일본 유통 전문회사인 SODC와 현장 계약을 체결하며 지난해 대구공동관 전체 계약 성과 430만달러(약 50억원)에 크게 일조했다. 알에프는 요즘 국내에 통유리 건물이 늘고 있는 상황을 호재로 여기고 있다. 대형 빌딩마다 맞춤형 청소 로봇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유럽과 미국 진출도 꿈이다. 모랫바람이 심한 중동도 노리고 있다. 중동의 한 왕족이 우리 제품을 구입해서는 파티 때마다 사람들에게 창문에 달려 청소를 하고 있는 로봇을 자랑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웃었다.

이 밖에 저마다 자신 있는 제품을 가지고 지역 기업들이 CES 2018에 참가하고 있다. ㈜석문전기는 농업용 드론과 교육용 드론 키트를 주력 제품으로 선정, CES 2018에 왔다. 석문전기 김형오 신사업본부장은 "국내보다 다양한 드론 해외 수요를 파악하고자 CES 2018에 왔다"며 "드론 제품은 물론 교육용 드론 키트와 전문가 교육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경일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교육원을 설립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티헬스는 지난해 CES 때 대구공동관에 들고 왔던 '스마트 기저귀 시스템'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다시 내놨다. 배윤섭 아이티헬스 대표는 "어른용 기저귀 시장은 유아용 시장의 3배 수준이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질환을 앓으면서 요양원 등에서 보내는 노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저귀에 부착된 센서를 활용, 앱이나 웹으로 기저귀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어르신들의 실종을 막는 등 위치 기반 서비스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헬스는 한국과 중국에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미국에서도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다.

◆대구 4차 산업혁명 생태계는 청년들의 손으로

이순복 알에프 대표는 9일 저녁 라스베이거스 MGM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청년체험단 멘토링 미팅'에도 멘토로 와서 2주 일정으로 CES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있는 청년체험단원 30명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박한진 알토스비즈 대표도 멘토로 나섰다. 박 대표는 엔젤투자(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잇따라 성공시켜 청년창업가들 사이에 저명인사다. 이 행사는 대구시 주최,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 주관,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 후원으로 열렸다. 행사에는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정해용 시 정무특보 등 대구시 공무원,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과 이종덕 대구도시공사 사장 등이 참석해 청년들을 격려했다.

이번에 처음 결성된 청년체험단 1기 단원들은 CES 2018과 실리콘밸리를 잇따라 방문한다. 이들 30명은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소개도 할 청년창업가들까지 포함해 창의·창업활동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미국에서 돌아와 대구에서 이어나갈 체험 공유와 커뮤니티 운영에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만큼, 향후 대구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계속 세계로 뻗어나갈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게 시와 학계의 시각이다. 시 관계자는 "청년체험단 선발이 1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사실은 그만큼 IT 등 창의'창업에 관심이 많고 직업으로도 원하는 청년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내년 청년체험단 운영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순복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지만 지식만으로 창업 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특히 저처럼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 자기 이름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물건 하나 개발해 팔고 치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 신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진 대표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관용어에 대해 "괜찮은 실패는 없다. 다만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문제"라며 "어떻게 실패했느냐도 중요하다. 미국 투자 시장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했고 도덕적 흠결이 없는 경우는 인정해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꼼꼼하게 따진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한국 창업 생태계에 대해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부분이 크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 4, 5년 후인 지금 창업을 진지하게 꿈꾸는 청년이 많아진 것이 방증이다. 향후 좋은 결과가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연창 부시장은 "'고담시티'와 'GRDP 전국 꼴찌'라는 수식어가 대구를 가리킬 때 돌아보니 섬유와 자동차부품 말고는 대구의 미래라 할 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신산업이 대구 미래 먹을거리 후보로 올라와 있다"며 "이렇게 준비한 것들을 글로벌 시장에 내놔야 한다. 바로 창의'창업에 큰 관심을 가진 청년 여러분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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