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MB의 고향

입력 2018-01-06 00:05:00 수정 2018-10-12 11:13:48

동해안 7번 국도는 아름다운 도로로 이름 높다. 포항부터 강원도에 이르는 구간은 바닷가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겨울 바다의 풍치를 보여준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감상할 여유가 그리 없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군데군데 볼거리가 있으니 잠깐씩 쉬어가는 것도 좋으리라.

포항 흥해읍에서 영덕 방향으로 가다 보면 칠포해수욕장이 나오는데,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명박 전 대통령 고향마을 4.7㎞' 팻말이 나온다. 산 쪽으로 10리가 넘는 길이라면 옛날이라도 '깡촌'임이 분명하다. 지금껏 찾지 않다가 MB의 신세가 워낙 요상해졌기에 호기심 때문에 이제야 들르게 됐으니 게으름도 병이다.

좁다란 도로를 따라 5분여 가면 나타나는 산 아래 자그마한 동네가 MB의 고향 '덕실마을'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MB가 네 살 때 돌아와 2년 남짓 살았다. 2010년부터 포항시가 55억원을 들여 공원화해 그런대로 볼거리가 있다. MB의 치적과 일대기를 전시하는 2층짜리 홍보관(덕실관)이 마을 입구에 있고, 생태문화공원, 이 전 대통령 부부 부조상 등도 있다.

마을 앞에는 MB 일대기를 기록한 전시물이 여럿 서 있는데, 어릴 때의 가난과 고생담을 유난히 강조해 눈길을 끈다.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이다'라는 제목으로 '겨울철 과일장사를 하며 주경야독하던 어린 시절' '죽도시장에서 어머니의 국화빵 장사를 도우면서 공부 잘했던 학생' '포항여고 앞에서 밀짚모자를 푹 눌러쓰고 뻥튀기 장사를 하던 소년'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을 소개하는 의도이지만, 오늘날 MB가 왜 이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가난과 배고픔이 얼마나 사무쳤기에 '돈에 정말 집착이 강하신 분'(정두언 전 의원)이 됐을까. 대통령까지 지내고 온갖 영예를 누린 분이 왜 '내 것을 내 것이라 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을까.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의 비참한 말년을 지켜봐야 하는지 씁쓸해진다.

덕실관 2층에서 MB 일대기를 그린 영상물을 보고 있노라니 요즘 상황에 어울리는 듯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제 어머니 말씀이) 그만 쉬어라. 별 볼 일 없는 놈이 많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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