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최대 산란지, 모래로 덮은 대구시

입력 2018-01-06 00:05:00

3만 마리 맹꽁이 떠나갈 판

국내 맹꽁이 최대 산란지인 달성습지가 탐방나루 조성사업으로 매립되면서 환경전문가들은 맹꽁이가 달성습지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매립전의 달성습지(위)와 매립후 모습(아래).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국내 맹꽁이 최대 산란지인 달성습지가 탐방나루 조성사업으로 매립되면서 환경전문가들은 맹꽁이가 달성습지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매립전의 달성습지(위)와 매립후 모습(아래).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시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산란지인 달성습지 일부를 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조성한 폐쇄형습지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시와 습지생태교육연구회에 따르면 대구시건설본부와 지역 한 시공업체는 지난해 12월 28일 달성습지 내 폐쇄형습지 일부를 모래로 덮고 유해종 제거 등에 활용되는 인공 모래언덕을 조성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서구 호림동과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일대 17만5천㎡ 규모의 습지대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부터 달성습지에 탐방로와 수로형 습지대, 생태학습관 등을 만드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매립된 폐쇄형습지가 전국에서 손꼽히는 맹꽁이 산란지라는 점이다. 맹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동물이다. 지난 2011년 7월 대명천 유수지에서 번식한 맹꽁이 3만여 마리가 달성습지로 넘어와 알을 낳는 광경이 목격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맹꽁이 산란지로 밝혀졌다.

이번 공사로 맹꽁이가 달성습지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무분별한 낚시와 철새들의 먹이 활동으로 달성습지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맹꽁이까지 떠나면 대구시의 달성습지 복원 사업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석윤복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은 "맹꽁이는 얕은 물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어 이곳 폐쇄형습지에 물이 고일 때마다 알을 낳으러 왔다. 이런 중요한 곳을 흙으로 메워버려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시공업체 관계자는 "설계도면을 충실히 따랐을 뿐 책임이 없다. 도면에 표기된 언덕 위치를 정확히 측량해 적용했다. 이곳이 폐쇄형습지라는 안내는 따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도 환경단체와 학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환경자문위원회의 자문과 대구지방환경청의 승인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번 공사 과정에서 폐쇄형습지의 위치를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건설본부 관계자는 "탐방나루 사업 설계도면을 만들 당시 폐쇄형습지의 위치를 표기하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따로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설계 중 실수가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한동안 폐쇄형습지 일대의 모래언덕 조성을 중단하고 환경 전문가의 의견을 모은 뒤 이 지점 모래언덕을 걷어낼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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