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 원년 대구] 모든 공정 11시간, 하루 15대씩 1t 전기화물차 시동

입력 2018-01-04 00:05:00

[르포] 생산업체 제인모터스

지난달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지난달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디아이씨'의 제인모터스는 1t급 전기화물차 '칼마토'의 올 하반기 시판을 목표로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직원들이 배터리 조립 작업과 브레이크 튜닝 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전기화물차
전기화물차 '칼마토'

올해는 대구에서 전기화물차를 생산하는 원년이다. 1t 전기화물차 시판은 전국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4년여 만에 결실을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장 설립과 기술 확보,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열 2018년을 맞아 전기화물차 생산 선봉에 선 ㈜제인모터스를 찾았다.

◆전국 최초 1t 전기화물차 생산공장

지난달 28일 오전 10시쯤 대구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제인모터스. 같은 달 4일 입주를 마친 4만㎡ 규모의 공장 안이 분주했다. 30여 명의 직원이 교육을 마친 뒤 1t 포터 화물차 분해에 나섰다. 정식 생산라인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임시로 마련된 리프트 위 화물차 부품을 하나씩 해체했다. 내연기관의 매연과 소음을 줄이는 머플러를 떼어냈다. 그 외에도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부품을 '생선살 발라내듯' 제거했다.

바로 옆에는 차 골격에 배터리를 장착 중인 전기화물차 '칼마토'(CALMATO)가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차 골격 위에 배터리를 설치한 뒤 나사를 고정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넓은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직원들은 이어 브레이크 튜닝 테스트를 진행했다. 차를 제어하는 각종 전자신호를 확인했다. 인근 테스트기에선 화물칸까지 설치를 끝낸 완성차가 점검을 받았다. 속도를 높이자 약 5초 만에 최고시속인 120㎞에 도달했다. 테스트는 가속 성능을 포함해 제동장치(브레이크), 차체 균형, 전자제어시스템 등 각 기능에 걸쳐 이뤄졌다. 앞으로 정식 생산라인이 완비되면 분해와 조립, 테스트 등 모든 공정을 거쳐 1대가 완성되는 데 약 11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은 배터리와 모터 등 주요 부품을 조합해 제어하는 장치에 있다. 정밀하고 복잡한 차량제어를 전기차에 맞춰 재조립하는 노하우가 중요한 것이다. 또 배터리를 차량에 설치하는 데도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차체의 무게 균형을 포함해 주행과 제동 때 미치는 힘을 계산해 배터리를 설치하는 것이다. 칼마토의 배터리는 젤 형식이다. 다른 액체형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더 우수한 편이다.

공장 내 넓은 아스팔트 앞마당에서 완성차를 직접 시승했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켤 방법을 찾았다. 함께 탄 직원이 "이미 시동이 켜져 있다"고 했다. 진동과 소음이 미세해서 착각했던 것이다. 기어를 '주차'에서 '드라이브'로 바꾸고 나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2초 만에 시속 60㎞에 도달했다. 가속 능력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뒤지지 않았다. 그렇게 직선 100여m를 단숨에 주행했다. 핸들을 돌려 유턴을 했다. 차는 부드럽고 조용히 곡선을 그리며 나아갔다.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속도가 올라갔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니 천천히 속도가 줄었다. 브레이크를 약하게 밟자 부드럽게 멈췄다.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가 아니라 마치 가전제품의 전기모터와 같은 소리가 났다.

◆전망 밝은 전기화물차 시장

대구의 1t 전기화물차 생산회사 제인모터스는 올 상반기 판매생산을 목표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 설비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하순쯤에는 총 6개 생산라인 중 1'2차 라인 설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모든 생산라인 설치는 3월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정부 인증을 거쳐 6월에 시판생산에 돌입하면 1t 전기화물차로서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제인모터스 생산시설 규모는 하루 15대씩 연간 3천 대이다. 추가로 시설을 확충하면 연간 1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을 자랑한다. 1대당 시판가격은 5천만원대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화물차 1대당 보조금인 2천200만원을 제외하면, 거의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올해 보조금 액수에 따라 구매자 부담은 더 덜어질 수 있다.

1t의 화물을 싣고 완충한 배터리(36㎾)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는 120㎞이다. 특정한 구역 안에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택배화물차의 경우 하루 주행거리가 70~80㎞ 정도이다. 대구처럼 평지가 많은 곳은 물론 오르막 지형이 많은 곳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용량이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여름에 연비가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고도 충분하다. 충전시간은 완속이 7시간이고, 급속이 40분이다. 밤새 차고지에 세워둔 시간 동안 충전할 시간이 넉넉한 편이다. 앞으로 배터리 기술이 발달해 주행거리는 20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인모터스는 개조 전기차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유화물차를 분해해 전기차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완성차보다 개조차에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인모터스가 분석한 1t 화물차의 신차 수요는 연간 15만 대이다. 즉 개조 가능한 출고 3년 이내의 화물차는 45만 대 규모이다. 특히 택배화물차가 5만 대로 개조 전기차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기차로 개조하는 부품을 모듈 형식으로 상품화한다면 국외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순구 제인모터스 부사장은 "기존 자동차 시장은 정체된 반면 전기자동차는 매년 50%의 성장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완성 전기차가 아닌 개조 전기차는 틈새시장이다"며 "중고차 개조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경유화물차 전환 속도가 빨라져 개조차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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