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신년 희망

입력 2018-01-02 00:05:04 수정 2018-10-12 11:15:15

"전혀 희망적이지 않아요."

새해가 되면 희망을 꿈꾸기보다는 서글픔을 느낀다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나이를 한 살 먹었지만, 삶의 질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며 이런저런 소원을 빌어봤지만, 올해는 잠을 푹 잤다는 이가 적지 않다. 새해 첫날 가족끼리 둘러앉았지만 아버지는 퇴직 걱정, 어머니는 살림 걱정, 큰아이는 취업 걱정, 작은아이는 공부 걱정뿐이다.

우리네 삶이 왜 이리 척박하고 힘겨운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서 희망을 떠올리려고 해도, 국정 현안만 나열해 놓았을 뿐, 별다른 감흥이 없다. 경제, 안보, 삶의 질, 노사문제, 평창올림픽 등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국민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상투적인 문구만 눈에 띈다. 의도적인 무성의(?)가 엿보이는 '맹탕' 신년사다.

백범 김구 선생이 월간지 민성(民聲)에 게재한 1949년 신년사를 보면 희망과 의지가 솟구치는 듯하다. '단결로 새해를 맞자'는 제목의 짧은 글에 한 인물의 위대함에 감동하고 자신의 신념까지 다질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글 곳곳에는 백범의 동포애와 신념, 기백이 넘쳐 흐르고, 인간적인 따뜻함과 겸손함까지 배어 있다.

'우리는 또 새해를 맞게 된다. 좋든 언짢든 느낌이야 없으랴. 그러나 과거 일 년을 살아온 나의 자취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뿐이다. 애국자로 자처하면서 동포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그리고 또 서로 찔러 죽여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중략) 나는 마땅히 과거 일 년 동안의 자기를 비판하면서 자기반성을 구하여서 새해에 실행할 새 계획을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외 정세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이 적지 않을 것 같으므로 백범 신년사 전문을 찾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1922년 신년사도 멋지다. '아국민(我國民)의 나이 높아 감이여. 따라서 지각이 높아 가도다.…' 나이를 먹는데도 지각이 높아지지 않으니 도산 선생에게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의지박약'한 우리들로선 감히 이분들의 의기와 기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분들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다 보면 자연스레 희망이라는 축복과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은 희망이라는 말이 있다. 자그마한 희망 섞인 목표 하나쯤은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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