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안전시설 긴급 점검…있으나마나한 비상구, 먼지 가득 쌓인 소화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구의 복합스파시설 중 상당수도 문제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복합스파시설은 비상구가 아예 잠겨 있거나 탈출 동선이 복잡했고, 절반가량은 소화기 등 소방시설 관리가 부실했다. 취재진은 헬스장과 목욕탕을 갖춘 대구시내 대형 복합스파시설 20곳의 안전 관리 실태를 둘러봤다. 20곳은 모두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난해 초 점검 후 이상이 없다고 밝힌 시설들이다.
◆비상구 잠기고 막히고, 아예 없는 곳도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복합스포츠센터. 남탕 안으로 들어왔지만 비상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온'냉탕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자 비상구가 보였고, 그나마도 잠겨 있었다. 이곳 업주는 "평소 비상구는 쓰지 않는 출입구나 마찬가지"라며 "비상구가 바깥으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도난 사고에 대비해 아예 잠갔다"라고 했다.
북구의 다른 복합스파시설 찜질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복층으로 이뤄진 찜질방 위층에 비상구가 있었지만 문을 아무리 흔들어도 열리지 않았다. 위층에 있던 이용객은 화재가 나면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와야 빠져나갈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른 복합스파시설은 비상구를 단열재로 막은 뒤 잠가 버린 곳도 있었다. 일부 복합스파시설에는 비상구가 아예 없었다. 한 복합스파시설에는 비상구 대신 에어매트가 설치돼 있었다.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어 바깥으로 던지면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방식이다. 이곳 업주는 "화재는 안 나는 게 최고다. (에어매트) 사용 방법은 잘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이처럼 화재 시 피할 수 있는 비상통로가 아예 없거나 비상구가 잠겨 있는 복합스파시설은 20곳 가운데 8곳이나 됐다.
◆소화기 등 안전시설도 허술해
화재 시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는 소방시설 관리도 엉망이었다. 북구 동천동 한 찜질방의 경우, 설치된 소화기 모두 안전점검일자가 적혀 있지 않았고, 호스가 빠져서 쓸 수 없는 소화기도 발견됐다. 남구 한 복합시설은 지난 2006년 생산된 소화기를 그대로 비치하고 있었다. 소화기의 유통기한인 8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수성구 한 복합스파시설은 먼지를 뒤집어쓴 소화기가 대부분이었고, 점검일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야간유도등이 없거나 피난 안내도가 부착되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이곳 업주는 "미처 거기까진 신경 쓰지 못했다. 유도등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복합스파시설 10곳 이상이 부분 또는 전체 외벽에 드라이비트 마감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드라이비트는 외벽에 단열재를 붙인 뒤 시멘트를 바르는 마감재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민간 업체에 소방안전점검을 위탁하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면적 5천㎡ 이상인 건물은 매년 한 차례씩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방점검업체는 방문 전 7일 이내에 업주에게 통보하고, 업체 측은 점검 전에 문제가 있는 부분만 임시로 수정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제로 소방점검업체를 결정하는 방식도 허술한 소방점검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7일 전 통보 규정 탓에 점검 시에만 이상이 없으면 된다고 여길 수 있다"면서 "안전 문제는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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