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벌벌 떠는 경북대 기숙사생들

입력 2017-11-25 00:05:01

보일러 수리비 놓고 대학·운영업체간 다툼

지난 22일 오후 경북대 민자기숙사 첨성관. 기숙사생 조모(26'여) 씨의 방에는 대낮에도 한기가 흘렀다. 보일러를 가동했지만 책상 위 온도는 20℃에 못 미쳤다. 같은 시각 실외 온도는 13도였다. 조 씨는 "보일러 고장 이후 아무리 난방을 해도 20도 이상으로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규정상 전기장판 사용도 불가능해 밤이면 양말을 신고 점퍼를 입고 자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에 사는 기숙사생은 외국인 유학생 등 1천300여 명에 달한다.

경북대 민자기숙사(BTL)를 둘러싼 운영업체와 대학 간 알력 다툼으로 고장난 보일러 수리가 미뤄지면서 기숙사생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기숙사생들은 수리 지연 원인으로 민자기숙사 운영업체인 경북대금오공대생활관서비스㈜를 지목했다. 첨성관 관생자치회는 20일 대학 게시판에 "운영업체와 대주주 보선건설 측이 보일러 수리를 위해 '일반수선비' 대신 운영기간 종료 후 반납해야 하고 대학 측 동의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겠다고 버티며 수리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선건설이 보일러 고장을 처음 인지한 지난 9월 26일 이후 11월 초까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과 관련된 다수의 내용증명과 공문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통상적 수리는 이뤄졌지만 문제가 된 '부스터 펌프' 수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 관계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은 노후시설 교체'내진보강 등 대규모 수선에 대비한 예비비"라며 "사업계획서상 장기수선충당금 수선 항목에도 이번에 고장 난 부스터 펌프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선건설 측은 억울함을 표했다. 보선건설 관계자는 "세부항목에 부스터 펌프가 없어도 '냉'난방 설비'에 보일러 전체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 판단 아니냐"며 "장기수선충당금 사용만 동의했으면 10월 중순에 끝났을 수리를 학생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렇게 끌어온 것은 전적으로 대학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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