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무릇 임을 잘 만나야 한다

입력 2017-11-23 00:05:01

사람은 무릇 임을 잘 만나야 한다. 태어나 가장 먼저 대하는 부모를 잘 만나고 스승을 잘 만나고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위대한 성인군자를 만나서 훌륭한 인물이 될 수도 있지만, 뒷골목 놈팡이를 만나 그와 한 세상 살아가는 불운도 있다. 누구와 만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으면 어릴 적부터 매일 의사를 만나 생활하면 의사가 된다. 나도 저렇게 해서 의사가 되어야지라고 마음먹게 된다. 물론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다. 하다못해 의사가 되지 않더라도 의료업계에 종사하든지 의사와 관련된 일을 하든지 등 그와 유사한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흔히 취미가 특기가 되고 그 특기가 직업이 된다고 한다. 사람은 주위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운명일 수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늘 우리와 동고동락하는 집단이 가정이고 몸담은 직장, 사회이다. 거기서 절대적인 지배를 받아 저마다의 모습으로 만들어 간다. 작고 의미가 없지만 만남이란 소중하고 각 개인에게 영향을 끼친다.

역사를 만든 만남에는 서애 류성룡과 충무공 이순신의 만남이 있다. 31세 늦깎이로 무과에 급제한 이순신은 44세에야 지방 말단직인 정읍 현감(종6품)이 되었다. 이때 류성룡은 정읍 현감으로 있던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정3품)로 일곱 단계나 끌어올렸다. 이렇듯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순신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의 승전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서애 류성룡이 없었다면 이순신 장군도 없었다. 조선을 구한 역사상 위대한 만남이었다.

또 일제강점기 말, 촉망받는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과의 만남은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바꾸게 했다. 조지훈 시인이 자기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 목월을 위해 정성스레 쓴 시 한 편, '목월에게'란 부제가 붙은 '완화삼'('차운 산 바위 우에/하늘은 멀어/산새가 구슬피/울음 운다.//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 리//…')을 보냈다. 이에 조지훈의 편지를 받아 들고 감격한 목월은 밤새 화답시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 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란 유명한 '나그네'를 쓴다.

아무리 뛰어난 준마라 할지라도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면 여물만 축내는 마구간의 한낱 말(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나'가 결정되기도 한다. 오늘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다 각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내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은 사람과 멋진 시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나는 선량하면서 늘 무언가를 갈구하고 사랑을 할 줄 아는 멋진 임을 만나고 싶다. 나를 알아보는 백락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