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문화 외교 사절단이 되어

입력 2017-11-20 00:05:07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식 다음 날.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다음 날 새벽 캐나다 출장을 위한 짐을 꾸리는데 아들이 또 어디 가시느냐 묻는다.

"그래, 캐나다 출장 간다."하니 "아버지 무슨 외교관이세요?" 한다.

짐을 꾸리다 말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번득 들고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내가 내딛는 발걸음이 헛된 걸음이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든 것이다. 아직은 재단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기에 캐리어의 반을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물로 채우고 홀로 떠나는 출장길. 비록 혼자뿐이지만 외국 극장의 관계자들이나 기획자들을 만나면 대구가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오페라하우스를 가진 선진 문화도시라고 아주 당당히 자랑하고 올 것이다.

지난 15년간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 지역 극장들을 중심으로 교류를 이어왔다. 유럽 극장들과의 교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기에 미주 대륙 쪽으로도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도를 하던 찰나 올봄, 캐나다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전 세계의 능력 있는 젊은 성악가를 발굴 육성하며 세계 오페라 극장 간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캐나다 콘서트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전 세계 10여 개 오페라 극장에서 젊은 성악가들을 추천하면, DVD 심사를 통해 예선전을 치르고 콘서트에 참여시킬 성악가를 선발한다. 다음으로, 각국의 캐나다 주제 대사관에서 경비를 부담하여 예선을 통과한 성악가를 4일간의 콘서트에 초청하며, 그 성악가를 추천한 극장의 감독들이 모여 최고의 성악가를 선발하는 것이다. 선발된 성악가에게는 장학금뿐 아니라 다음 시즌 캐스팅의 기회도 함께 준다.

하루 동안의 비행으로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떠나는 출장길. 세계의 우수한 젊은 성악가들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아울러 각국 극장 감독들과의 미팅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들을 만나면 대구오페라하우스에는 이미 세계의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오페라축제가 있다는 사실도 꼭 자랑할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봄이면 전 세계 성악 전공 대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오페라유니버시아드'와 다양한 나라와 극장에 소속된 젊은 성악인들이 함께하는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가 열린다고, 그리고 이런 축제가 전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동참을 독려할 생각이다.

이제 곧 평창에서 대규모 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국민의 관심도도 낮지만,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문화 외교는 끈기 있게 계속될 것이다. 이미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세계의 젊은 예술인들을 성장시키고 그들을 문화 사절단으로 활용하는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야말로 대구를,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 확신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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