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무상교육 기부금 펀드 덕
한국 대학생 66만명은 학자금 대출
실직 중산층들 자녀 학자금에 파탄
돈 걱정 않고 대학 교육 제도화 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자가 재산을 자랑하더라도 그 부를 어떻게 쓰는가를 알기 전에는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 전 배달 앱(App)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이 사재 100억원의 사회환원을 발표했다. 기부금의 절반은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기부 배경이 담백했다. '세상에 대한 감사'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해 감동을 주었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기부 금액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0.8%에 불과하여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더치페이'로 유명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근무할 때 얘기다. 네덜란드의 회사원들은 보통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하나로 간단히 때우는 것이 다반사다. 점심시간을 따로 갖지 않고 빵을 먹으면서 일을 할 테니 퇴근을 일찍 시켜달라고 하는 직원도 있을 정도였다. 평소엔 단돈 1유로도 꼬박꼬박 '더치페이'를 하는 깍쟁이 같은 사람들이 회사비용으로 회식을 할 때는 태도가 돌변한다. 현지 채용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면 전채(appetizer)부터 시작하여 메인 코스(main course)에 후식(dessert)까지 챙겨 먹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필자의 이런 네덜란드인들에 대해 가졌던 조금 유치한 생각은 2004년 12월에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 사태를 계기로 180도 바뀌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전역을 휩쓴 쓰나미로 23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재해를 당한 인류 최악의 재앙 중 하나였다. 이 소식을 접한 네덜란드인들은 극도의 배려심을 발휘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금액의 구호금을 앞다투어 보내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한 금품을 제외하고 자발적 구호금은 인구 1천500만 명에 불과한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컸던 인도네시아가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이 보인 기부행위를 해석하기는 어렵다. 선진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전형을 본 듯해서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감동이 생생하다.
지난 7월 한국정부 관계부처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반 국민의 43.1%가 소득양극화를 꼽았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하던 일이 기계로 대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안전망이 서구에 비해 미흡한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으면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자녀 학자금이 많이 드는 시점에 가장이 조기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전교생을 거의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는 학교로 유명하다. 저소득 가정 출신 학생에게 연간 4만6천달러에 달하는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고 있으며, 연소득 6만5천달러 이하인 가정 출신 학생은 기숙사비와 책값도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한 것은 이 학교가 운용하고 있는 기부금 펀드 덕분이다.(2013년 기준 218억달러'한화 약 25조원). 스탠퍼드대학의 모토(motto)는 실력 있는 학생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스탠퍼드에서 공부할 수 없는 일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약 66만 명이라고 한다. 대출금액은 1조9천128억원으로 1인당 연평균 29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취업난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체납'연체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채무를 걱정해야 할 실정이다. 우리나라 개인기부금의 80%가 종교단체 기부금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자에 대한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늘려 기부문화를 확산함과 동시에 기부 수단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돈 걱정하지 않고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글로벌 IT산업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를 이끌어 가는 스탠퍼드와 같은 대학을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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