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수능 시험이 실시된다. 국어 영역에서 출제되는 문학 작품들은 70만에 가까운 독자들에게 동시에 읽히고, 기출문제로 공부할 수백만 명의 독자들에게도 읽힌다. 그런데 이 독자들이 작품을 깊이 음미해 볼 시간 없이 짧은 시간에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작품의 감동을 잘 느끼기 어렵다는 맹점은 있다. 어떤 독자들은 작품을 읽고 오히려 작가들을 미워하기도 한다. 수능에 가장 많이 출제된 작가는 단연 송강 정철인데, 고전시가이다 보니 내용 해석도 어려워 어떤 학생들은 타임머신으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정철의 유배지에 가서 사약을 내리고 오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수능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을 출제하기 때문에 출제 작품들은 문학사적 가치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수능에 출제된 작품들 중 현대시는 문제의 분량 때문에 장편의 시를 출제하기 어렵다는 점, 기출문제를 피해야 한다는 점과 같은 시험 출제 상황으로 인한 제한이 있어서 문학사적 평가를 정확히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25년 동안 출제 목록이 쌓이면서 출제 횟수는 작가에 대한 평가와 가까워지는 면이 보이기도 한다. 수능에 가장 많이 출제된 작가는 윤동주, 김수영, 정지용 시인으로 모두 4번 출제되었다. 그런데 평가원 모의고사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윤동주 시인은 9번 출제되어 5번 출제된 김수영, 정지용 시인보다 많다. 대신 김소월과 신경림, 서정주 시인이 6회로 더 많이 출제되었음을 볼 수 있다. 평가원 시험에 4회 이상 출제된 작가는 김광균, 김영랑, 박목월, 백석, 신석정, 이육사, 조지훈, 한용운 시인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 작가 목록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생존해 있는 시인들만 보면 곽재구 시인이 3회로 가장 많이 출제되었고, 황동규 시인이 2회 출제되었다. 평가원 모의고사를 포함하면 신경림 시인이 6회로 가장 많고 황지우 시인이 4회로 곽재구, 황동규 시인보다 많이 출제되었다. 김광규, 나희덕 시인의 경우 평가원 시험에서는 두 번 출제되었지만 2010년 이후 전국 단위 모의고사에서는 압도적인 빈도를 보여준다.(흥미로운 것은 20년 가까이 노벨문학상 후보인 고은 시인은 수능에 한 번밖에 출제되지 않았고,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도 한 번밖에 출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경림, 황지우, 곽재구, 황동규, 김광규, 나희덕 시인의 시들을 읽어 보면 우리의 역사나 시인 개인의 아픔과 성장을 담고 있으면서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읽으면 참 좋은 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고은 시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고은 시인만 후보로 내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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