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5년 15억 투입 환경 개선·소득증대 사업 메마른 땅 '희망' 싹 틔워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6천여 명을 파병해 630여 명이 죽거나 다친 아프리카 유일의 참전국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에티오피아는 결코 먼 나라가 아니다.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생긴 비극을 못 본 체하지 않은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다. 호국평화의 도시를 자임하는 칠곡군이 대한민국을 지켜준 에티오피아를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했다. 지난 일주일간 칠곡군 에티오피아 방문단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강뉴부대를 기억하는 칠곡군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의 전투에 자국 청년들을 파병했다. 황제의 명에 따라 6천37명의 에티오피아 청년들이 3주간의 항해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청년들 중 122명이 전사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253차례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 황제의 명령처럼 이기든 죽든 둘 중 하나만 선택했기에 참전국 중 유일하게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다. 에티오피아 부대의 이름은 '초전박살'이란 뜻의 '강뉴부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강뉴부대 영웅들은 반역자로 전락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재산이 몰수되거나 손가락질 받으며 갖은 고초를 받아왔다. 대한민국 역시 이들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지만 최근에서야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어져 오고 있다. 칠곡군도 에티오피아와 강뉴부대를 잊지 않았다. 적어도 칠곡군민에게 에티오피아는 가난한 커피의 나라가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였다. 호국과 평화를 도시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칠곡군민은 대한민국을 도와준 에티오피아에 결초보은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칠곡군은 2014년 지역 대표축제인 낙동강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에 '평화의 동전 밭'을 조성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칠곡군은 디겔루나주 티조 지역에 초등학교를 건립하고, 칠곡평화마을을 조성했다. 창고 돌 바닥에 거적을 깔고 앉아 말하기 정도만 배웠던 100여 명의 학생들이 기자재가 있는 단층으로 된 깔끔한 학교에서 읽기, 쓰기 등을 배우고 있다. 칠곡군의 '에티오피아 칠곡평화마을 조성사업'은 지난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을 받았고 지난 2월 '제4회 지방 정부 정책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을 전파하다
칠곡군은 새마을운동을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에 전파했다. 티그라이주 새마을 시범마을에 2016년부터 5년간 15억원의 예산으로 새마을 조직 육성을 통한 주민의식 개혁과 새마을회관 건립, 마을안길 포장 등 환경개선, 소득증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칠곡군 방문단(이하 방문단)은 티그라이주에서 '아라토 마을회관 준공식'을 가졌다. 이번 마을회관의 준공으로 새마을위원회, 청년회, 부녀회 등의 새마을 조직과 영농조합 결성이 가능해져 칠곡군의 아라토 지역 '새마을 세계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번 방문단에 아라토를 관할하는 티그라이주 지역 전체가 최대한의 예우를 보였다. 티그라이주 메켈레 공항에서는 아바이 월두 주지사의 경제고문과 고위 공무원이 방문단을 맞이했다. 메켈레 공항부터 아라토 마을까지 30여 대의 오토바이와 20여 대의 차량이 방문단을 호위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지역 최대 방송국인 티그라이주 방송은 공항 도착 순간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방문단을 취재했다. 또 백선기 군수와 직접 인터뷰하며 이번 사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방문단이 마을에 도착하자 주민 1천500여 명은 태극기와 새마을기를 들고 도열해 춤과 노래로 환영했다. 칠곡군과 티그라이주 메켈레 지역에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 등 지역개발에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MOU도 체결했다.
큰데야 메켈레대학교 총장은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지만 주민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며 "새마을운동이 에티오피아 국민에게 그러한 정신과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아바이 웰두 주지사는 "칠곡군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선기 군수는 "아라토 마을에서 2020년까지 새마을 조직을 육성하고 생활환경개선과 소득증대사업을 실시해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디겔루나주 티조에 희망을 심다
방문단은 디겔루나주 티조 지역을 방문해 칠곡 군민의 사랑을 전달했다. 티조 워레다에 위치한 사구레초등학교를 방문해 칠곡군 유치원과 초등학생 5천여 명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도서관 준공식을 가졌다. 또 왜관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걱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걱정인형'과 '사회적협동조합 동화나무'가 준비한 색안경, 캐치볼, 제기 등의 장난감도 전달했다. 또 사구레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걱정인형을 옷에 달아주고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제기차기를 선보이며 사용법도 전수했다. 이어 칠곡군 순심연합총동창회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식수 저장시설의 준공식을 갖고 물탱크에 연결된 마을 수도시설을 통해 주민들이 양질의 식수를 활용하는 것도 확인했다.
칠곡군은 2015년부터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657명이 동참해 매월 최대 1천260만원을 모아 티조 지역에 초등학교 2개, 식수저장소 2개, 마을 수도 9개 등을 마련했다. 또 각종 단체와 기업뿐 아니라 장애인, 기초 수급자, 한센인 마을 주민도 자신보다 어려운 디겔루나주 티조 주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백선기 군수는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병사들은 월급으로 부대 안에 보육원을 만들고 두려움에 떠는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이젠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이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켜줄 것"이라며, "칠곡군민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메마른 티조에 희망을 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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