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비상활주로 이전도 무산?

입력 2017-09-28 00:05:02

신한울원전 3·4호기 계획 탈원전 여파로 논의 중단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울진 죽변비상활주로 이전(본지 지난해 12월 26일 자 11면 보도 등)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비상활주로 제한지역에 직접 포함돼 있던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건설 논의가 중단된 탓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원전과 활주로의 간접적 위험 상관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거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978년 지어진 죽변비상활주로(울진군 죽변면 봉평리)는 길이 2.8㎞, 폭 47.5m 규모로, 얼핏 보기에 왕복 2차로의 작은 도로 형태를 띠고 있다. 적의 공격으로 강릉비행장이 파손될 경우 '가'급 보호시설인 원전과 동해안 일대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비상 군사시설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들어 한울원전 5, 6호기가 지어지면서 현 활주로 위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활주로 끝과 원전이 너무 가까이 있어 사고 시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특히 신한울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며 활주로 이전'폐쇄 문제가 더욱 불이 붙었다. 새로 준공되는 신한울원전 1, 2호기와 불과 3㎞ 떨어져 있고, 신한울원전 3, 4호기 예정부지는 아예 활주로 주변 제한지역에 포함된 까닭이다.

울진군은 지난 2013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죽변비상활주로 이전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법상 한울원전 및 신한울원전 주변 8㎞ 이내에 군사비행장을 설치할 수 없고, 국가공역위원회에서 정한 한울원전 반경 18.5㎞는 비행금지구역 및 위험구역으로 설정돼 비상활주로와 원전의 상호 공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처럼 문제점이 극명해지자 올 초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방부, 울진군 등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활주로 이전을 잠정 결정했다. 울진군과 국방부가 합심해 이전 부지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한수원이 부담한다는 합의까지 도출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이 발표되면서 협의체는 활동이 중단됐다. 활주로 제한구역에 직접적으로 포함돼 있던 신한울원전 3, 4호기의 건설이 불투명해지자 한수원에서 비용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활주로 이전 방안은 3, 4호기 건설에 따른 부대비용으로 포함돼 있었다. 당장은 비용을 투입하는데 무리가 있다"면서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며 3, 4호기 건설이 진행되면 애초 약속대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건설이 안 된다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다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한수원과 정부가 안전을 담보로 파워게임을 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활주로 이전 논의가 정상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진군의회 장유덕 의원은 "정책의 방향과 상관없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이 바로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원전사고의 위험성은 여타 사고와 규모가 다르다. 제한구역을 축소 해석하지 말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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