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에게 배우다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현문미디어, 2015
갈매기가 돌아왔다. 모든 이의 내면에 깃든 진정한 갈매기 조나단이 세 번째로 내게 날아들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한두 번 읽어 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갈매기의 꿈'은 비행으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한 갈매기의 이야기이다. 획일화된 전체 속에서 자기 생각을 가진 개인이 마침내 자유와 사랑을 찾아가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1970년 처음 출간되었으니 갈매기 조나단은 무려 48년째 하늘을 날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독자들의 내면을 날아다닐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명언이 되어 버린 장려한 문구가 띠지에 인쇄되어 있다. 블루 커버에는 하얀색 갈매기가 날고, 한복 속치마 같은 뽀얀 속표지엔 은색으로 날고 있다. 그 밑에 그의 이름이 은박으로 박혔다. Jonathan Livingston Seagull. 아마 역대 '갈매기의 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닐까.
시간이 많이 흘렀다. 조나단이 첫 비행을 한 이후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느덧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독창적인 개인의 생각들도 존중받기 시작했다. 비상시에는 전체의 규약을 깨며 주관적 행동을 해도, 때에 따라서는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리처드 바크는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2015년 판에 이전에 없던 4장을 덧붙였다. 그리고 완결판이라고 이름 붙였다. 30대에 쓴 우화소설에 70대에 가필을 한다는 것. 예전에 쓴 원고를 찾아 덧댄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거장의 원고를 조금 더 맛본다는 즐거움은 크지만, 명작은 이미 공공재가 되어 버린 것을.
"유선형의 고속 낙하를 하면 수심 3미터 깊이에 몰려 있는 맛 좋은 물고기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낚싯배와 상한 빵 부스러기에 의지해 연명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갈매기들은 땅바닥에 서 있었다. 조나단은 강풍을 타고 육지 깊이 들어가 그곳에서 맛 좋은 벌레들을 먹었다."- 37~38쪽
무릎을 탁 쳤다. 예전에는 이 내용을 왜 읽지 못했을까? 명작은 보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이 대목의 발견으로 '갈매기의 꿈'을 세 번째 읽은 보람을 찾았다. 이 책에 대한 해석과 이해는 편향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체와 다른 개인의 잘잘못과 먹이와 비행이라는 이분법적 어젠다에 과하게 매몰되었던 것은 아닐까.
조나단은 실은 책의 앞부분에서 이미 먹이 문제를 해결해 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천착해 있는 동안, 조나단은 잉여 생산의 문제는 가볍게 초월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조나단이 비행 기술을 밥벌이에 적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엄청난 양의 밥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갈매기는 잉여 생산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이 조화하며 살기를 원한다. 어느 쪽으로 날아갈 것인가? 진로 문제는 청소년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어른들도 사실 늘 길을 찾고 있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쉬이 내색도 못한다. 바로 이럴 때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어 보자. 갈매기 조나단에게 배우는 마음, 그것이 어른의 지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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