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의 새論 새評] 국민의당 전성시대인가?

입력 2017-09-21 00:05:01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영국 브리스틀대 대학원 법학과 (환경법, 독점방지법 연구).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공주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객원교수. 전 KBS 국제부장, 전 TV조선 부국장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영국 브리스틀대 대학원 법학과 (환경법, 독점방지법 연구).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공주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객원교수. 전 KBS 국제부장, 전 TV조선 부국장

의석 40석 국민의당 캐스팅보트로

우연히 틈새시장서 챙긴 이익일 뿐

'제2의 자민련' 운명되지 않으려면

주류시장 경쟁에 당당하게 나서야

국민의당이 최근 주요 인사에 대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정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낙마시켰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국민의당이 사실상 통과 여부를 결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바야흐로 국민의당 전성시대다.

리베이트 의혹으로, 제보 조작 사건으로 날만 새면 대국민 사과하기 바쁘던 얼마 전 모습은 간데없다. 비방과 비난이 우리 정치권에서 특별한 일도 아닐 터인데, 여당 대표가 사과하지 않으면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여당 대표가 사과하자 이번에는 자유투표라면서 속을 태운다. 동의할 일이라면 사과하지 않더라도 동의해야 하고, 반대할 일이라면 사과해도 반대해야 옳다. 사과가 대법원장 임명의 조건이라. 국민의당 사람들의 최근 행태는 1990년대 말 자민련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최소 의석으로 최대의 이익을 챙기던!

제2의 자민련을 꿈꾸는가?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부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자. DJP연합은 JP가 대선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가능했다. JP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지만, JP의 지원 없이 DJ는 당선이 불가능했다. DJ 입장에서 보면 당선에 JP의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JP 입장에서 보면, 연합한다 해도 DJ가 당선될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DJ는 JP의 신당동 자택을 예방하며 JP의 자존심을 지켜주었고, JP는 DJ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다. 그래서 'DJ는 정치 9단'이고, JP는 스스로를 7단이라고 몸을 낮추었다.

JP는 책임총리를 맡고 자민련이 내각의 절반을 차지했다. 공동정부 초기, 자민련 의석은 원내 5분의 1인 60명에 육박했다. 자민련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를 취재하던 필자는 예언했다. 2000년 총선에서 자민련 의석은 비례 포함해 20석 넘기기 어렵다고. 근거는? 정당 지지율 6%로 이를 의석으로 환산하면 18석가량에 불과하며, 자민련 의석도 18석 내외가 될 거다. 결국 필자의 예측대로 자민련은 총선에서 20석을 이루지 못했고, '의원 빌려주기'라는 편법을 통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자칭 '캐스팅보터'의 운명은?

정당의 영향력은 의석수에 비례하며, 비례해야 옳다. 정당도 지지율에 비례해 권력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또 정당의 의석은 장기적으로 당 지지율에 수렴한다. 국민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의석이나 지지율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오래 두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석수 40석의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현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정당 지지율 6%에 못 미치는 국민의당 의석도 이 추세대로라면 장기적으로는 의석 총수의 6% 미만 즉 18석 수준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현재 국민의당이 당 지지율 1위인 지역이 몇 군데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마지막으로 캐스팅보트. 캐스팅보트는 원래 여야 동수로 찬반이 엇갈릴 경우 의장이 결정권을 갖는 제도다. '캐스팅보터'에 관해 여야 간에 이미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에게 캐스팅보트를 주자는 합의는, 여야 간에도 국민 간에도 없었다. 그러한 합의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국민의당이 틈새시장에서 기민하게 챙긴 '이익'일 뿐이다. 이것이 거대한 IT 산업의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과실을 따 먹은 안철수 대표의 경력과 관련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당, 틈새시장에서 나오라.

정치는 벤처 산업이다. 다시 문재인과 안철수를 DJP연합의 공식에 대입해 보자. 안철수의 당선 가능성은 JP보다 높았지만, 문재인은 안철수의 도움 없이 당선했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국민의당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틈새시장에서 횡재(jack pot)를 챙기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대신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틈새시장에서 나와 주류 시장의 경쟁에 정정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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