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수원 이전, 지역에서 해결 못해 총리에게 부탁하는 현실

입력 2017-09-15 00:05:00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 "대구와 구미, 양쪽 대표자와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총리가 전향적으로 취수원 이전 문제를 챙기겠다는 뜻인 만큼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이 답변은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대구경북이 '이웃사촌'이라고 그렇게 자랑하더니만,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국무총리의 손까지 빌려야 한다니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7년 전부터 취수원 이전을 놓고 수없이 만나 논의하고 토론했으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겉돌기만 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 관계자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밝힌 것은 한두 차례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도 여러 차례 취수원 문제를 공언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빼기 일쑤였다. 이 총리만큼 적극성을 보인 것은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이런 골치 아픈 일에 소매를 걷어붙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대구'경북의 책임 있는 몇몇 분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고 토론했으면 물꼬가 트일 만한데도, 그다지 진전이 없는 것은 책임 있는 관련자들의 책임 방기 및 성의 부족 때문이다. 대구시는 애초에 해당 지역과 협의조차 않은 채 취수원 이전을 추진해 욕먹어 마땅했지만, 구미시와 경북도의 태도도 못지않게 비난의 대상이다.

구미시, 경북도 등은 대구시의 제안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것으로 '봉이 김선달' 행세에 적극 동조했다. 대구 시민이 물 문제로 고통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행태를 고집하니 정말 인정머리 없다는 느낌이다. 리더십도 없고 주민 설득에 나설 생각도 없는 단체장들이 내년에 선거를 준비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웃끼리는 함께 살아야 미래가 있다. 총리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지만, 대구와 구미가 머리를 맞대고 취수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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