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정책에 눈뜨게 한 축구열정

입력 2017-09-08 00:05:00

지난 6월 14일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시합이 열렸다. 친선경기지만 '일본과의 시합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각오와 열기로 가득했다.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할 정도로 격전이 치러진 끝에 아쉽게도 1대 2로 일본에 패했다. 과도한 승부욕 때문이었을까? 연습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약 3개월간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학창시절부터 스포츠경기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스포츠맨'으로 자부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무릎 부상으로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했지만, 이제 격렬한 운동은 조심할 때가 됐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태어나서 처음 휠체어와 목발생활을 경험하며 불편함이 생각보다 커서 답답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다 다친 일이라 대놓고 하소연하기도 민망했다. 약 3개월 동안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몸소 경험하며 느낀 것이 많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별도 통로가 없는 건물은 '장애인 출입금지' 건물이나 다름없었다. 그 분노와 단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3개월이 지나자 장애를 가진 분들의 처지와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참다운 경험을 했다는 숙연한 마음과 함께 국회의원으로서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국민소득, 경제규모 등 선진국을 판단하는 많은 기준들이 있겠지만, 장애를 가진 분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추어졌는가 역시 선진국으로 판단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신규건물 건축 시 장애인들의 출입 편의를 위한 시설을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설 수준이나 의식은 많이 열악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내가 장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먼저 장애인들이 평상시 생활환경 속에서 건강과 체력증진을 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료를 받아본 결과, 전국 477개 공공체육시설 중 경사로, 전용주차장,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 완비된 생활체육관은 159곳, 33%에 불과했다.

더구나 현재 장애인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장애인 전용 다목적체육관이 유일하다. 2020년 12월까지 광역시'도 별로 14개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공사 중에 있다고 하지만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그 수가 미약하다. 일본은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 전국 114곳으로, 이 중 60%인 68곳이 시'군 단위에 설치돼 있다.

이에 관련법 개정을 통해 수요에 따라 시'군 단위까지 장애인 전용체육시설을 확대하고 기존 공공체육시설 역시 관계 부처에 건의해 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 사장 시절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명함을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고, 공항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들이 공항 내에서 이동할 때 불편을 덜어주고 수속 편의를 제공하는 정책들을 시행했다. 경찰관, 공항공사 직원 중 희망자들에게 수화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나 역시 수화초급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이번 한일 국회의원 축구시합에서 겪은 부상은 이 일을 겪지 않았으면 간과할 수 있었던 부분을 일깨워준 참으로 값진 경험이 됐다. 앞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기로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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