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빛의 향연
밤은 지구의 그늘이다. 대지가 온몸으로 볕을 가려준다. 달아오른 공기가 식는다. 땅과 대기의 온도 차이가 바람을 일으킨다. 더운 계절, 밤은 오아시스가 된다. 사람들은 전등을 켠다. 어둠 곳곳에 '빛의 구멍'이 뚫린다. 빛은 색을 발하고, 도시 풍경이 꽃처럼 피어난다. 지루하던 도로와 골목, 건물이 새로워진다. 밤은 또 다른 장소이자 세계가 된다. 초여름 야경여행을 떠나는 까닭이다.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색다른 풍경을 발견해서 즐겁다.
◆밤으로 떠나는 여행
6월의 낮이 뜨겁다. 최고기온이 연일 30℃를 넘고 있다. 평년(1981~2010년) 낮 최고기온은 27~28도 수준이다. 여름의 시작을 실감하게 된다. 볕이 따가워 살이 익는다. 짧은 옷차림에도 몸 구석구석에 땀이 맺힌다. 다행히 밤이 되면 선선하다. 평년 최저기온이 17~19도이다. 4월 초'중순 때의 낮 최고기온과 비슷하다. 계절이 바뀌는 셈이다. 초여름에서 봄으로 다시 돌아간다.
밤 여행에 나서기 좋은 때이다. 아직 열대야가 오기 전이다. 장마가 시작되지 않아서 습도도 높지 않다. 낮에 숨어 있던 빛의 풍경이 펼쳐진다. 낮에 수수하던 도시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공원과 유원지의 가로등과 경관조명이 잔잔한 수면에 비친다. '빛의 데칼코마니'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색채감이 풍부한 레이저 분수 쇼가 벌어진다. 낮에 평면적으로 보이는 도시의 시설'건축물이 빛이 더해져 깊은 입체감을 드러낸다.
야경은 도시의 미술관이다. 빛이 만드는 그림 같은 풍경을 전시한다. 자연과 건축물을 아름답게 담은 '도시 풍경화'로 보인다. 또 전체적인 형체가 생략되고, 점'선'면'색채 표현이 두드러진 '추상화'를 감상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야경은 도시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경관조명을 받는 한강 다리가 유명하다. 서울역도 조명이 문화재 건축미를 살린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4만5천여 개의 외장 패널 속에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멋진 야경을 선보인다. 부산도 광안대교에 LED 조명을 달았고, 해변 가로등기둥에 음악 전용 스피커를 설치했다. '영화의 전당'의 지붕 아래 12만 개 LED 조명이 화려한 경관미를 뽐낸다.
대구도 야경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색의 도시 구조물을 단장하고 있다. 북구 산격동 엑스코 일대에 조명과 바닥 영상을 설치했다. 계산성당과 동산 선교사 주택 등 근대골목 코스에 야간 조명을 밝혔다. 앞산과 와룡산 등 근교 산 정상에 전망대를 마련했다. 구청마다 조명이 있는 조형물과 분수를 조성했다.
따가운 햇볕과 더위를 피해 야경여행을 떠나자. 취향과 목적에 맞게 코스를 짜보자. 물결이 야경을 돋우는 못과 강 주변 공원은 접근하기 편리하고, 잘 정비돼 있어서 나들이 장소로 좋다. 일상에서 만나는 대형 건물이나 도로, 다리 등도 밤에는 색깔을 달리한다. 주변을 지나는 자동차 불빛이 분위기를 더 무르익게 한다.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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