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醫窓] 통증 장애

입력 2017-06-14 00:05:01

질병이나 외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었는데도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통증은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장애에 이르기도 한다.

심한 통증 장애는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국가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치료비 등 배상 기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제대로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통증 질환에 대한 장애인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 판정 기준에 대한 범주가 모호한 탓이다. 그러나 장애 판정을 받는 장애의 범주는 더욱 구체화되고 확대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통증 질환의 장애 판정은 의학적 근거를 갖고 객관적으로 평가돼 사회가 지불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50세 남자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2년 전 교통사고를 겪은 이후로 오른쪽 무릎 아래에 분만통에 맞먹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는데다 오른쪽 다리의 체온이 떨어지고 발목 관절이 굳어 운동 범위에 크게 제약을 받았다. 발톱이 변했고, 병변 부위에는 땀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이 남성은 다리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워 목발에 의지하고 있었다. 갖가지 치료를 받아봤지만 통증에는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 직장 생활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전형적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로 적절한 보상과 배상이 필요해 보였다.

CRPS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적절한 배상과 관련된 법적 분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대한통증학회 등 의학계의 학문적'사회적 홍보와 교육 등으로 장애 범주에 통증 장애를 포함시키는 계획은 나왔지만, 아직 통증 장애를 별도로 분류해 단독으로 장애등급을 정한 법안은 없다. 다만 신경계 손상과 연관된 기능 장애에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통증은 통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 또 실직, 가정불화, 사회적 인간관계의 단절 등 사회'경제적 관계를 훼손하고, 노동력 손실과 의료비 지출의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만성통증의 장애 인정은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사회적'의학적 숙제로 사회적 재원과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장애 판정은 의사들의 개인적 경험이나 지식에만 의지해 평가자 간에 편차가 큰 경향이 있다. 따라서 CRPS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성통증을 장애 판정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과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 판정의 주체인 의사들의 표준화된 판정 능력이 갖춰져야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과 배상이 이뤄질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