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똥별

입력 2017-06-10 00:05:00

'병신 육갑한다'는 욕이 있다. 사람의 신체적 결함을 조롱한다는 점에서 써서 안 될 욕설이다. 여기서 육갑(六甲)은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뜻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손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 육십갑자를 손가락으로 헤아리며 길흉화복을 점치는 격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욕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설(異說)이 민담에 전해진다.

조선 인조 때 김경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우의정 아버지 덕에 그는 강도검찰사에 올랐다. 강화도 수비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러나 그는 일은 뒷전이고 매일 기생 끼고 술판을 벌였다. 어느 날 청나라 군대가 조선을 침공했다. 인조는 왕세자와 비빈(妃嬪)을 강화도로 피신시킨 뒤 김경징더러 지키라고 명했다.

김경징은 청군이 코앞에 들이닥쳤는데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평소 그는 '육갑병신'(六甲兵神)이라는 전쟁의 신들을 부릴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청군이 닥치자 그는 육갑병신 소환을 시도했다. 그런데 신장(神將)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복해 부르니 그제야 한 명의 신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신장들은 어디 갔나?" 김경징의 물음에 대한 신장의 대답이 황당했다. "다른 신장들은 청나라 태종이 불러서 그리로 갔다."

조선의 왕세자와 비빈들이 포로로 잡혔는데도 김경징은 혼자 살겠다며 어머니와 아내까지 버리고 도주했다. 남한산성에서 버티던 인조는 왕족이 청군에 포로로 잡히자 굴욕적인 항복을 결정하게 된다. 김경징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후 그가 소환할 줄 안다던 육갑병신은 어순이 바뀌면서 못난 놈이 작은 재주를 믿고 날뛸 때 쓰는 욕설로 변했다.

나라가 패망할 때에는 김경징 같은 무능한 장군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김경징 같은 장군을 요즘 속어로는 '똥별'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잇단 방산'군납 비리와 일부 장성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는 속어가 바로 '똥별'이다. 국방부 장관의 인선이 늦어지는 사연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에 밝힌 이유가 사뭇 놀랍다. "장성급 이상 중 검증에 안 걸리는 사람이 없다." '당나라 군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똥별이 많으면 그게 바로 당나라 군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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