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욕먹는 대통령

입력 2017-06-07 00:05:04

'악당' '불량국가' '야만적 행위' '도덕적 파탄'….

북한이나 시리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1일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유력 인사들이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내뱉은 막말이다. 과거 미국 정부가 적대국를 가리켜 쓰는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이 거꾸로 그런 비난을 받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트럼프를 향해 험악한 말을 쏟아낸 이들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다. '야만적 행위'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의 말이고, '불량국가'는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이다. 마리 로빈슨 전 유엔 기후변화 특별사절은 "미국의 국제적 수준이 악당같이 돼버렸다"고 했고,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도덕적으로 파탄된 결정"이라고 했다.

요즘 전 세계에서 트럼프 대통령만큼 욕을 많이 먹는 인물도 없다. 그는 기후협약과 러시아 스캔들, 제임스 코미 FBI 국장 해임 등으로 비난과 매도, 조롱의 대상이 돼 있다. 미국 CNN 방송의 종교 다큐멘터리 진행자인 레자 아슬란은 트위터에 "그 쓰레기는 단순히 미국의 골칫거리이거나 대통령직의 오점이 아니다. 인류의 골칫거리"라고 썼다. 방송 진행자로서 선을 넘는 막말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그는 트윗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미국 언론인, 지식인들의 트럼프 혐오증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그들은 트럼프를 '또라이' '저질 장삿꾼' '머저리 악당' 정도로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의 신세인데도, 꿋꿋하게 잘 버티는 것 같다. '참으로 용감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도 현명하게 참을 수 있다'(셰익스피어)는 말이 있듯, 온갖 비난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 4일 런던 테러와 관련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커녕,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비아냥거리고, 총기 규제 불필요, 여행 금지 명령 등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였다. 마치 욕먹을 짓만 골라서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7번의 미국 대선 결과를 모두 맞힌 역사학자 앨렌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지난해 "트럼프가 압승하겠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근 릭트먼 교수는 "FBI 국장을 경질하면서 탄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금까지 3차례 탄핵 절차가 진행됐지만, 탄핵당한 대통령은 없다. '밉상' 트럼프가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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