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이름을 바꾸면 운명이 변할까?

입력 2017-06-07 00:05:04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옛날부터 이름은 그 사람의 얼굴을 대신하는 이미지로 사용됐다고 생각한다.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출생할 때 주변 상황을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전 서부영화 '늑대와 춤을'의 제목은 인디언이 주인공에게 붙여준 인디언식 이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성(姓)과 이름을 함께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그 당시 대다수 이름은 주로 한자의 뜻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현재는 한자의 의미와 한글의 이미지가 함께 사용되는 것 같다. 고구려 시대 유명한 장군이자 권력자인 연개소문(淵蓋蘇文)은 성이 연(淵) 씨이고 이름이 개소문(蓋蘇文)인데 요즘에 이런 이름을 누가 사용하려고 하겠는가?

조선시대에 와서는 이름에 항렬(行列)을 넣어 씨족 간의 유대와 서열을 유지하는 방법이 정착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에 여성들의 이름에 '子'라는 글자가 유난히 많은 것은 그 시대의 사회적 환경 탓이라고 보는데, 현대에도 약 10년 단위별로 유행하는 비슷한 이름이 많은 것을 보면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은 결혼하면 이름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성산댁'이라고 불렀다. 묘비명에도 '달성 서씨'라고 이름을 대충 지어서 불렀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름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 이름이 가진 이미지 때문에 고민하다가 '개명'을 생각하게 되고, 때마침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개명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다.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이름이라면 개명(改名)을 고려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별로 문제가 없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명을 하겠다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이름을 바꾸기 전과 후에 본인의 정체성 혼란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이름이 운명을 바꾼다'고 개명을 부추기는 집단과 그것을 믿는 심약한 사람들 때문에 애꿎은 이름들만 애를 먹는 것 같다.

운명학(사주명리)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이름이 결코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더는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가치가 있지만 이름 자체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까? 다수의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비슷한 인생의 길흉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수십 년 사용한 내 이름은 이미 나와 한몸이고 나를 사랑ㅂ할 줄 아는 사람이 분명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글귀 중에 '謨事在人(모사재인) 成事在天(성사재천)'을 떠올려 보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