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감꽃이 질 때

입력 2017-06-03 00:05:05

6월이 왔다.

토독 토독 늦은 감꽃이 진다. 마당을 깨끗이 쓸어 놓고 떨어지는 감꽃을 헤아린다. 감나무는 격년(隔年)의 결과이다. 해거리가 심해서 한 해는 많이 열리고, 그다음 해에는 적게 열린다.

삶은 늘 변화하고 있어서 날마다 새롭게 시작된다. 우리들 자신과 세상도 쉬지 않고 변해가면서 수시로 상황이 전개된다. 우리가 들이쉬는 한 숨 두 숨에 생명이 호흡하고 낡은 것과 새것이 강물처럼 잇따라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촛불과 태극기 속에서도 새 정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연결의 고리가 튼튼하다면 조화와 균형이 더욱 단단해진다. 개인이나 사회 또한 예외가 없다.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홀로 있는 수행자에게도 스물네 시간은 똑같이 부여된다. 이 우주에 가득한 저 많은 별처럼 살아있는 존재들은 한 곳에 머문 것 같지만 움직이며 흐르면서 변화한다. 해와 달과 별자리도 늘 변화한다. 한곳에 정지된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길들어서 무상(無常)의 수레바퀴를 거듭거듭 쉼 없이 굴려 간다.

감꽃이 질 때 입산하였다. 산에 들어와 산을 의지한 지 42년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갔다. 어느새 머리가 희어지고 풍경 소리 잦아지며 뻐꾸기 울 때 홀로 차 한잔 마신다. 출가는 욕망으로부터 결별하고 티끌의 세상으로부터 떠남이다. 따라서 출진(出塵)이라고 한다. 태국의 고승 아잔차 스님이 말했다. "조금 내려놓으면 조금 평화롭다. 많이 내려놓으면 많이 평화롭다. 완전히 내려놓으면 평화와 자유를 알게 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전부를 버리지 않고서는 본질적인 자기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산(西山)대사의 선가귀감에도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일이 어찌 작은 일인가. 편함과 한가함을 구함이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 부처님의 지혜를 잇고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이것이 출가 정신이었다. 출가 정신은 수행자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바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릇된 생활습관과 잘못된 카르마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집착을 경계했다. 집착은 소금물과 같다. 소금물은 많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른다. 물질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순간 100% 깨어 있다면 출가라 할 수도 있다. 출가는 발심 출가여야 하며 한 번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회적 행위로 끝날 수가 없다. 매번 일어나는 모든 번뇌와 욕망을 알아차리며 궁극의 자유에 이를 때까지 길 위의 나그네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하늘을 나는 새는 날갯짓을 멈추면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편안함, 타성, 버릇, 번뇌, 즐거움을 가차 없이 지혜의 칼날로 내리쳐야 한다. 출가는 안정된 삶을 넘어서 충만한 삶에 이르려는 길이다. 스스로 선택한 맑은 가난과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로 겸손과 평안이 재산이다. 이러한 가난은 이웃의 가난과 고난으로 확장된다. 욕망에 따라 살지 않고 필요에 따라 경제 논리로 살지 않는다. 세상이 달라지기 전에 먼저 자신이 달라지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다. 자기가 선택하였으며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길에서 삶을 완성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한다. 그대 스스로 그 차이를 보라!"

이웃은 나의 스승, 이웃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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