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교수가 '와인 기사' 최고 작위 받는다

입력 2017-05-29 00:05:05

김동준 영남이공대 관광계열 교수, 워커힐호텔 10여년 지배인 경력

영남이공대학 호텔관광실습실에서 학생들에게 와인 실습을 가르치고 있는 김동준(가운데) 교수.
영남이공대학 호텔관광실습실에서 학생들에게 와인 실습을 가르치고 있는 김동준(가운데) 교수.

'와인'에도 기사 작위가 있다. 특히 프랑스 와인형제기사단(이하 기사단)이 주는 기사 작위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기사단은 1140년 처음으로 설립된 와인기사단의 전통을 이어받아 프랑스 법에 따라 만들어진 단체로, 전 세계 38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와인 기사 작위는 해당 국가와 와인 문화 발전에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국내외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총 5등급 중 '코망되르'가 최고 등급이다. 중국 영화배우 공리와 성룡,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 등이 이 작위를 받았고 한국인 수상자로는 임권택 감독, 영화배우 유지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있다.

코망되르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 '그랑 코망되르'이다. 이 등급을 한국인 최초로 받는 인물이 있다. 김동준 영남이공대 관광계열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오는 9월 초 핀란드 개국 100주년을 기념해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직위 수여식을 열고 김 교수에게 와인 전문가의 전문가를 의미하는 '그랑 코망되르' 작위를 수여한다.

김 교수는 교수 임용 전에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10여 년간 지배인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영남이공대 평생교육원에서 와인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했다. 김 교수는 "보통 특급호텔 지배인을 하면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 수준은 된다"며 "대학 들어와서도 와인이 전공이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에 대해서는 100시간을 연속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잘 안다고 자신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 레드와인이 소개되면서 웰빙문화와 접목해 한때 유행을 탔지만 워낙 고가가 되면서 현재 조금 침체기에 있다. 하지만 와인은 하나의 문화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올드 와인의 경우 7천만원을 호가할 만큼 비싸다. 김 교수는 "가격을 정할 때 풍미(풍부한 맛)와 부케(풍성한 냄새), 바디감(무거운 정도), 균형감(달콤함과 씁쓸함의 조화) 등이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랑 코망되르' 작위를 계기로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 와인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교수는 "영천 등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 와인산업이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은 포도가 다르고 양조기술이 빈약하며 소자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포도 품종 가운데 캠벨이나 머루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경우 토스카나 지역에 와인 원조 나무를 갖고 와서 '슈퍼 투스칸'이라고 이름을 붙여 대성공을 거뒀고 칠레는 양조 기술진과 연계해 프랑스 보르도 타입의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김 교수는 "38명의 그랑 코망되르에게 우리나라 와인을 널리 알리면 사업 연계나 투자처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랑 코망되르 작위를 받으면 전 세계 모든 그랑 코망되르를 초청해 한국에서 '갈라 디너쇼'를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와인 관련 공식 조직을 만들어 비영리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 교수는 "기사단에서 한국 최초로 그랑 코망되르를 부여한 것은 국내 와인문화를 확산시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 국내 와인산업을 키우고 성숙한 와인문화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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