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교 산의 재발견] 달성 까치봉~함박산

입력 2017-05-25 00:05:02

야트막한 산에 소나무 숲길…신록 우거진 힐링 산책로

화원 까치봉~함박산 코스는 소나무숲이 우거져 초여름 신록 산행지로 제격이다. 하산길에 만난 송해공원 풍경. 달성군 제공
화원 까치봉~함박산 코스는 소나무숲이 우거져 초여름 신록 산행지로 제격이다. 하산길에 만난 송해공원 풍경. 달성군 제공

신록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소만(小滿) 절기 즈음이 숲 속 생명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 철이다.

생강꽃, 진달래에 이어 철쭉이 지는 5월이면 산에 꽃은 사라지고 녹음이 숲을 '점령'한다.

대구 근교에서 봄 산행을 구상하다가 문득 떠오른 산이 하나 있다. 화원 까치봉~함박산 코스다. 철쭉 군락이나 진달래 카펫 같은 화려한 풍경은 없지만 신록이 우거진 숲 속 정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최적 코스가 아닌가 한다. 피톤치드 그윽한 까치봉, 함박산 송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까치봉~인흥서원 '명심보감路' …2㎞ 구간에 곳곳에 고전 명구

◆비슬산맥의 서쪽에 둥지를 튼 줄기

대구 분지 남쪽에서 기맥(起脈)한 앞산은 달비고개~청룡산을 거쳐 비슬산맥으로 연결된다.

남방으로 내달리던 산맥은 용문사(화원휴양림) 뒷산에 이르러 서쪽으로 조그만 산줄기 하나를 열어 놓는데 그 산이 오늘 오를 까치봉~함박산 줄기다. 이 줄기는 달서구 도원동의 수밭골~삼필봉과 나란히 늘어서 예로부터 달서구, 화원 주민들의 넉넉한 쉼터가 되고 있다.

삼필봉 코스에 비해 일반인들의 주목은 덜 받았지만 명찰 용문사를 품고 있고 무엇보다 대구의 자랑 인흥마을 문씨 세거지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산의 인문학적 가치는 빛을 발한다.

최근 달성군에서는 까치봉과 인흥서원을 연결해 '명심보감로'를 개설했다. 2㎞ 구간에 군데군데 고전 명구를 게시해 틈틈이 고전의 향기에 빠져들 수 있다.

◇1시간이면 까치봉 정상에 올라…청룡산'산성산 등 풍광 펼쳐져

◆끝없는 송림, 산책코스로 최고

화원읍 명곡미래빌(4차)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야트막한 산이 하나 펼쳐진다. 까치봉 등산로다.

'한적한 소나무 숲길이 가볍게 걷기에 최고다' 입소문에 두세 번 들렀던 코스다. 지명(까치봉) 유래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아마 예로부터 까치가 많이 날아들어 이 이름을 얻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까치봉은 6개의 쉼터가 나있고 정상까지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소문대로 소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져 말 그대로 피톤치드 샤워장에 온 느낌이었다.

산은 299m로 낮지만 조망은 섭섭하지 않다. 산행 중 왼편으로 조망이 뚫릴 때마다 삼필봉, 청룡산, 산성산 쪽 풍경을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던 숲길은 기내미재에서 일단 끝난다. 이 재에서 직진하면 용문사 뒷산 용문산, 닭지만당에 이르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달성녹색길을 거쳐 함백산으로 이어진다.

◇하산길에 만나는 송해공원'옥연지'원당지의 맑은 물빛 시원

◆송해공원'옥연지'인흥마을 한눈에

기내미재는 화원 본리리와 용연사를 연결하는 고개. 재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본격 함박산 등산에 나선다.

중턱쯤 오르자 기내미재 전망대가 나타났다. 데크 끝단에 서니 옥포 쪽 기세리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른쪽 끝자락에서 송해공원의 옥연지 물빛이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멀리 남쪽으로 옥포 쪽 금계산과 대방산도 연무 속에서 자취를 드러낸다.

두 개의 돌기둥이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하는 '함박바위'를 지나면 바로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 역시 쉼터와 데크를 설치해 경치를 감상하며 간식을 즐기기에 좋다. 정상에서 만난 윤대용(54) 씨는 "함박산은 432m로 낮은 산이지만 사방으로 조망을 열어 놓는다"며 "멀리 성서공단부터 인흥마을, 마비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

정상에서 옥포, 화원, 달서구 쪽 풍경과 비슬산맥의 시원스러운 산줄기를 시야에 담고 이제 하산길에 들어선다. 하산로는 기세리~송해공원 코스로 잡는다. 하산길은 가파르다. 아직은 코스 정비가 덜 돼 한발한발이 조심스럽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선 무음(無音)모드가 제격이다. 새소리에 귀를 열고 자연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 순간 자연과 주파수가 맞춰진다. 가끔 전망이 트이고 산밑으로 시선을 돌리면 옥연지 맑은 물빛이 어린(魚鱗)처럼 반짝인다. 맑은 물빛에 묶은 때를 씻어낸다.

뚜렷한 경승지와 문화유적이 널린 화려한 코스는 아니지만 옥연지, 원당지 같은 물빛에 마음을 비춰볼 수 있고 또 숲속에서 피톤치드, 레시틴 같은 유익한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으니 '일산이조'(一山二鳥)다.

◆닭지봉'기내미재 등 지명의 유래?

이번 산행에서 끊임없이 일었던 것이 지명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닭지만당(닭지봉), 기내미재, 함박산까지, 이곳저곳 문헌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김원자(53) 달성문화유산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닭지만당(닭지봉)=까치봉 맞은편에 있는 산이다. 태초에 홍수가 났을 때 산꼭대기에 겨우 닭 한 마리 서 있을 공간만 남았는데 그 자리가 닭지만당, 닭지봉 이다.

▷기내미재=귀너미, 또는 귀네미에 어원을 두고 귀넘이가 기내미로 변화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귀네미'는 정감록에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목으로 풀이돼 있다.

▷함박산=달성군 책자 '내고장 전통 가꾸기'에 '명곡동 작약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작약산(芍藥山)의 한글이름인 함박산으로 부르고 있다.

◆대중교통 안내=대구도시철도 1호선 설화명곡역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으면 명곡미래빌 4차가 나온다. 아파트 뒤쪽이 까치봉 등산로. 함박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면 송해공원, 옥연지가 나온다. 옥연지 건너편에서 600번, 달성2를 타고 설화명곡역에서 환승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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