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감성브랜드 '할매할배의 날'] <1>왜 할매할배의 날인가

입력 2017-05-08 00:05:01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손이 함께 만나 삶의 지혜 나누자"

지난해 7월 열린 조손 노래자랑
지난해 7월 열린 조손 노래자랑 '랑랑(손주랑 할매할배랑) 콘서트' 공연 모습. 랑랑 콘서트에 참여하는 조부모와 부모, 손자녀 세대 3대는 문화로 소통하며 가족 공동체가 화합하는 무대를 꾸민다. 이를 통해 단절된 조손 간 정내기와 3대 가족의 끈끈한 가족애 회복에 기여한다. 경북도 제공
손주와 함께하는 요요미션 참가자가 발표한 일기.
손주와 함께하는 요요미션 참가자가 발표한 일기.
지난해 11월 8일 경북도는 도청 동락관에서
지난해 11월 8일 경북도는 도청 동락관에서 '제2회 할매할배의 날' 기념식을 하고 화목한 가족상, 유공자 등 33명을 표창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날 화목한 가족상을 받은 예천군 안희식 씨 가족에게 상을 전하고, 이 가정의 손녀를 안으며 웃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상북도가 무너져 가는 가족 공동체 회복을 위해 감성 행정을 펼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할매할배의 날'이 그것이다. 할매할배의 날은 경북도가 2014년 10월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인 기념일이다. 경북도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손자녀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부모를 찾게 하고 있다. 조손 간 소통 기회를 통해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홍보팀'을 가동했다. 또 올해 초에는 지난 2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보건복지부에 공식 건의했다. 국민이 관심을 두고 참여하면 현대 사회의 그늘인 노인'청소년'가정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경북도의 감성 브랜드 '할매할배의 날'을 살펴보며 전국화, 국가기념일 제정 가능성을 따져본다. 이번 주는 할매할배의 날이 어디서 기원했으며, 그 개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할매할배의 날이란?

"할아버지가 밖에 나갔을 때 날이 저물면 슬퍼하고 밤에 졸려도 자지 않고 안타까워하며, 늦게 돌아온다고 원망한다. 이것이 진정 더불어 사는 것, 한 뿌리 한 가지에서 나온 까닭이다."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묵재 이문건이 쓴 '양아록'(養兒錄)의 일부이다. 양아록은 묵재 선생이 성주에 귀양 와 손자가 16세가 되는 해까지 키우며 쓴 일종의 육아일기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훈육한 과정을 기록한 글로,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이 구구절절 적혀 있다. 묵재의 손자 수봉은 나중에 이 글을 읽고 마음을 바로잡아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했다. 할매할배의 날은 이 양아록을 근거로 출발했다.

할매할배의 날은 '소통의 날' '격대교육의 날' '가족 공동체 회복의 날' 등 세 가지가 핵심 개념이다. 그래서 섬김'봉양의 날인 어버이날(5월 8일), 노인의날(10월 2일)과 다르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조부모를 찾아가 삶의 지혜를 배우고 세대 간 소통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날이다. 그래서 할매할배의 날 EI(Event Identity)도 세대 간 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하트로 형상화해, 3대(손자녀)를 2대(부모)가 안고 1대(조부모)가 전체를 품어 안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전종근 경북도 노인효복지과장은 "경북도가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 운영하기 훨씬 전인 1978년부터 미국에서는 조부모의 날을 국경일로 정해 기념한다"며 "이날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학교로 초청해 꽃을 달아주고 손자녀 세대에게 조부모의 지식과 인생 경험을 배우게 한다. 세계 14개 나라가 이와 유사한 날을 지정했다. 자녀 인성교육, 화목한 가족관계 형성에 조부모 역할이 크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할매할배의 날 본격화

할매할배의 날은 2014년 10월 25일 '할매할배의 날 선포식'과 이튿날 '경상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 제정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이어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대구경북 7개 공공기관(대구시, 대구시의회, 대구시교육청, 대구경찰청, 경북도의회, 경북도교육청, 경북경찰청)과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작은 했지만 공휴일도, 전통이 있는 날도 아니다 보니 경북도는 먼저 할매할배의 날 홍보에 주력했다. 할매할배의 날에 대한 이해와 동참을 위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도민 인성교육, 사회 지도층을 중심으로 한 밥상머리교육,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성 특별교육 등을 추진했다. 어르신을 상대로 연간 20회 코믹 연극, 부모 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 공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인형극 공연, 3대가 함께 참여하는 '랑랑(손주랑 할매할배랑) 콘서트' 등 각계각층에 맞는 맞춤형 홍보를 했다.

이와 함께 할매할배의 날 실효성을 높일 각종 유인책도 펼쳤다. 경북도는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식당'이용실'미용실'목욕탕 등 4개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할매할배의 날에 조손 간 해당 시설을 이용할 때 20~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매할배의 날이면 경북 농산물 쇼핑몰인 '사이소'와 경북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인 실라리안에서도 타임 할인이나 매장 할인 등의 방식으로 10~30% 할인을 해준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월~금요일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운행 중인 여객선을 3대가 함께 이용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할매할배의 날에 휴양림, 도내 주요 관광지를 3대가 함께 가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경북도의 노력에도 한계점도 나타나고 있다. 할매할배의 날 제정 의미, 기념일 지정의 필요성, 실천 방안 등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부족하다.

안동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김진태(42) 씨는 "학교에서 학부모들한테 배포한 탁상용 달력에 할배할매의 날이 표시되어 있지만, 별도의 안내도 없고 아이와 가족이 각자 알아서 조부모를 찾아뵙도록 하는 데 그친다.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기대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산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는 신모(34) 씨는 "원생들에게 '할머니할아버지 데이(Day)'라며 알리고 있지만, 선생님들이나 유치원에서 할매할배의 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행사 위주로 이날을 챙길 뿐 가정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상황으로는 할매할배의 날이라고 교육현장이나 가정에서 더 자극을 받고 조부모를 찾아뵌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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