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회관 뒤편에서 제일교회 사이 동네와 비산동, 고성동 등에는 슬레이트 지붕에 양철 대문, 혹은 색 기와와 장식 철 대문 집들이 있다. 좁은 마당에 약간의 화초들이 자라는, 아련함을 자아내는 낡고 오래된 집들이다. 1980년대식 양옥이거나 더 오래된 1970년대식 가옥들이다. 포항도 마찬가지다. 최신 아파트가 즐비한가 하면 수십 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주지가 있다.
첨단 건축물들이 들어선 지역과 오래된 동네 사이를 오가는 일은 수십 년의 시차를 느끼게 하는데 좀 당혹스러운 경험이다. 옛 추억이 생각나지만 뭔가 안쓰럽고 불편한 감정도 일어난다. 굉장히 빠른 사회 변화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지체되는 대상을 접하게 되는 느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뒤이어 하게 된다. 낡은 것이라고 해서 없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뒤처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도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시대 격차의 모습은 도농 간에도 존재한다. 도시에 살다 시골에 가서 지금은 보기 어려운, '범죄 없는 새마을'이란 낙인이 콘크리트 담벼락에 남아 있을 때, 사라진 줄 알았던 가게의 돌출형 담배 판매구를 발견했을 때 그곳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 멈춰 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수십 년에 불과할 뿐인 시대 격차는 부조화, 불협화음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거론하게 한다. 중세풍의 유럽 도시가 훨씬 오래된 건축물 속에서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시대 격차의 건축물처럼 우리 사회의식 속에 세대 간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예기치 않게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세대별 지지도 차이는 매우 뚜렷하다. 60대 이상의 보수층 유권자들은 문재인에 대한 반대자가 많아 안철수를 지지하다가 최근에는 홍준표 쪽으로 옮겨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과 탄핵 파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당 소속 후보자라는 점은 상관없이 오로지 '반문'에 초점을 맞추어 홍준표를 지지하고 있고 심지어 '박근혜 탄핵'은 잘못되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20대와 30대들은 60대 이상의 이러한 정치의식을 매우 답답해하며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세대 간 정치의식은 시대 격차의 건축물처럼 낙동강의 넓은 강폭만큼 건너기 쉽지 않은 간극을 지니고 있다. 뒤늦게 알게 된 것이지만 박근혜정부의 운용 방식은 영욕의 역사박물관 한편에 봉인했던 것으로 알고 있던 유신시대를 되살린 것처럼 유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고의식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의 미스 헤비샴처럼 과거의 어느 시기에 박제된 채 멈춰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탄핵이 옳지 않은 결정이라며 '마마'를 목놓아 부르며 운 사람처럼 잘못이 명백한 정치 세력인데도 지지층이 있다. 이러한 현실은 엄연히 있는 것이며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19대 대통령은 과거의 적폐 청산과 개혁을 수행함과 동시에 국가적 통합도 동시에 이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세대 갈등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의식 차이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매우 커졌으며 앞으로는 여러 사회, 정치적 현안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세대 갈등이라는 것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항구 불변의 현상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은 그것 이상의 심각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
19대 대선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나아가서 치유할 수 있는 인물,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후보를 잘 선택해야 한다. 지금은 후보자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유권자들은 말만 하고 지키지 않는 인물을 선택한 걸 후회하고 있기에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할 수 있는 후보자를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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