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렸다. 촉촉하게 젖은 대지는 태초의 향을 남발하며 가는 길마다 그리운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봄의 시작. 그 시작과 함께 첫 글을 무엇으로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매일 같이 쥐어짜는 고된 작업 속에 결국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며칠 뒤 있을 모교 수업을 위해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도시를 벗어난 버스. 새벽 차에 몸을 싣고 나는 숱한 전쟁을 치른 고된 병사처럼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빗방울이 부딪치는 버스 창. 뿌옇게 서리 낀 창문. 그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고향의 모습. 버스에 내려 숨을 들이마시자 내 몸을 감싸던 차 안의 온기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차갑고 익숙한 공기가 머릿속까지 채워져 갔다. 봄의 향기. 아니, 봄을 품은 고향의 향기였다. 그 향기를 따라 늘어진 발걸음으로 어머니가 계신 미용실을 향해 걸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걸어봤던가. 가는 길목,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한 간판들과 골목 풍경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알 수 없는 기분을 안고 미용실 문을 열자 익숙한 (코를 찌르는) 파마약 냄새가 맞아주었다. 익숙함, 변하지 않는 것들의 향수. 그런 것들이 있었던가?
계절은 수십 번 바뀌고 세상은 믿지 못할 일들로 시끌벅적하다. IT 시대에 맞춰 시대의 흐름은 초고속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속도를 따라가려고 우리는 얼마나 뛰었던가. 열정과 순수함으로 도시라는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뛰어든 앳된 소녀는 어느새 현실의 고난과 역경이란 전쟁을 치르는 상처투성이 병사로 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한다. 그게 이치다.
하지만, 그 이치를 벗어나는 것이 존재했다.
세상이 뒤집혀도 나만을 향해 온 정성으로 온기를 주는 사람. 자기 삶의 중심이 나를 향해 있는 사람.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나를 위해 살아준 사람. 변화란 이치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위대한 사람.
나의 "어머니".
미용실 문을 연 병사는 세상 가장 기쁜 목소리로 불러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어느덧 작은 소녀가 되었고 어머니라는 대지의 품에 봄비처럼 스며들었다. 무언가의 시작. 그래. 나의 시작엔 항상 어머니가 있었다.
긴 고민의 끝은 언제나 처음이듯, 나의 시작은 어머니. 이 글의 시작을 '어머니'께 드린다. 자식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길 주저하지 않은 분. 그러기에 가장 고귀한 분. 어머니.
-태양이 있는 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어머니가 있는 곳에서 자식은 행복하다-러시아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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