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문 속 여성] 헬렌 켈러, 대구를 방문하다

입력 2017-04-04 04:55:02

1937년, 대구에 한 여성이 방문한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교육자, 사회주의자로 활약하던 그 여성은 헬렌 켈러(1880~1968)이다.

헬렌 켈러는 미국의 작가, 교육자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이다. 헬렌 켈러는 어릴 적 병을 앓아 평생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인문계 학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이다. 헬렌 켈러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고발했으며, 여성 참정권 운동, 사형 폐지 운동, 아동 노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실천했다. 그는 평생을 곁에서 함께해 준 앤 설리번, 폴리 탐슨 등과 함께 수십 개 국가를 방문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신문 기사에 따르면 헬렌 켈러는 일본에서 3개월 정도 각지를 순회하면서 장애인들의 생활 상태를 조사했으며 그 직후 한국에 도착했다. 1937년 7월 13일 자 신문에는 헬렌 켈러가 오전 10시 30분부터 대구역전 공회당 대강당에서 수십 명의 청중 앞에 섰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헬렌 켈러 여사가 연설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왼쪽 손으로 비서 탐슨 양의 입술과 목을 만지며 탐슨 양이 하는 말을 감촉으로 알아들으면서 강연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신명여학교 학생들에게 "나는 보는 바와 같이 삼중고를 받고 있으나 여러분과 같이 보트도 저을 수 있으며 승마도 할 수 있다"며 유머러스하게 강연을 시작했다. "다행히 삼중고를 받지 않는 여러분은 조선 안에 있는 수많은 불행한 맹아들을 위해서 많은 동정과 이해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을 잘 교육하여 사회에 소용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들을 동정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라고 연설하였다.

해운대 온천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헬렌 켈러 여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헬렌 켈러 여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조선 의복을 한 번 입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오늘 아침 어떤 친절한 사람이 한 벌 가져다주어 곧 입어 보았는데 어찌 잘 되었던지 나는 그 옷을 입고 춤을 추었습니다."

'조선의 냄새'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공기가 매우 깨끗하여 향취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부산 등 가는 모든 곳에서 가장 먼저 "불구자들을 위한 사회적 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것을 꼭 알고자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곤 했다. 헬렌 켈러 여사가 남긴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행복이란 생리적 귀와 눈을 가진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운데 참으로 듣는 귀 보는 눈을 가짐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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