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SNS 달군 #대구카페투어 가봤니? #히트다히트
'대구 카페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 골목길 곳곳 카페(커피전문점)의 이색 메뉴와 예쁜 공간을 접하려고, 사진에 담으려고, 무엇보다도 여행의 즐거움 그 자체로 삼으려고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다. 주로 젊은 여성이 혼자서 둘이서 삼삼오오로 또는 애인 손을 잡아끌고 방문한다. 이들은 대구에서 커피와 디저트만 맛보고 가는 게 아니라 관광지를 둘러보고 밥을 파는 맛집도 들르며 쇼핑에다 숙박까지 하고 간다. 골목 카페가 대구 관광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카페 3년 사이 77% 증가
이유가 뭘까. 멀리서도 찾아올 만한 매력을 지닌 '핫'한 카페가 최근 대구에 많이 생겨서다. 일단 대구 카페 수가 급증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3년 12월 2천451곳에서 지난해 9월 4천338곳으로 3년 만에 77%나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저가 커피 전문점이 많아진 게 큰 요인"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맛난 커피와 특제 디저트에 분위기 있는 공간까지 갖춘 소규모 카페들이 대구 골목에 속속 들어섰고, 이 중 일부가 전국구 카페 투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카페투어'를 아시나요
서울에 사는 김수진(가명'29) 씨는 지난달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 여행을 했다. 둘째 날은 카페 투어에 할애했다. 김 씨는 오전 일찍 중구 대봉동 '카페 어글리'를 찾아 SNS에서 소문난 시그니처 메뉴(대표 메뉴)인 바나나크럼블을 맛봤다. 이어 5분 거리에 있는 대봉동 카페 '홀그레인'에 들러 코코넛 커피를 시켰다. 인근 김광석길을 둘러본 김 씨는 카페 투어 마니아들 사이에 디저트 메뉴로 유명한 중구 삼덕동 '카린상점'을 방문해 친지들에게 선물할 체리치즈파이를 여러 개 구입했다. 투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씨는 삼덕동에 있는 또 다른 카페 '코그 커피'에 20분을 기다려 입장해서는 '인생 밀크티'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로얄밀크티를 주문했다. 심지어 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수성구 만촌동 '카페 어퍼짓'에 가서 핫초코에 스콘 과자 2개를 곁들여 먹었다. 그런 다음 대구신세계로 가서 쇼핑을 하고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했다.
한 인터넷 블로거의 대구 카페 투어 '후기'를 간추린 것이다. 요즘 인터넷과 SNS에는 대구 카페 투어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네이버에서 검색어로 '대구카페투어'를 입력했더니 2만2천351건의 블로그 게시물이 떴다. 의도적인 바이럴 마케팅(온라인 입소문)의 냄새를 풍기는 글도 적잖게 있었지만 상당수가 대구 여행의 매력을 골목 카페에서 찾은 글이었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도 대구 카페 투어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해시태그: 주제나 단어 검색을 용이하게 만든 꼬리표)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카페를 사진으로 찍어 게시물로 올린다. 일종의 추천이다. 이를 다른 사용자들이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물론 해당 카페를 실제로 방문한다. 이런 게시물에 처음엔 '#카페이름'과 '#카페가 있는 지역명'이 붙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디카페투어'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게시물 작성자가 해당 지역에 가서 카페 투어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카페 투어 코스로 '강추'하는 표시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대구카페투어'로 검색해봤다. 22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해시태그 수 1천939개가 확인됐다. 대구보다 카페 수는 물론 관광객도 많은 부산(#부산카페투어, 793개)이나 서울(#서울카페투어, 586개)과 비교해 더 많았다.
◆카페는 골목 여행 필수 코스
대구에 와서 하루에 무려 카페 5곳을 순회한 김수진 씨의 사례는 마니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 게시물들을 살펴보니 일일 기준 대구 여행에서 2, 3곳 카페를 들르는 것은 기본이었다. 대구 카페 투어 후기를 쓴 또 다른 블로거에게 이메일로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구 동성로 및 주변 골목길을 걸으며 카페와 꽤 자주 마주쳤다. 인기 메뉴를 맛보고 카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기 위해 방문한 곳도 있지만, 이동 중 잠깐 쉬려고 들른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블로거의 말대로 동성로를 중심으로 서쪽 종로와 약령시, 북쪽 북성로와 교동, 동쪽 삼덕동, 남쪽 김광석길 및 대봉동은 최근 수년간 상권이 확장하고 관광객도 늘면서 카페가 꽤 많이 생겨난 지역이다. 모두 묶어 연결하면, 하나의 거대한 카페 골목이 된다.
◆주택가 골목 카페 붐. 청년창업 무대로
골목이 카페로 속속 채워지는 가운데 대구는 특히 주택가에서 카페 창업이 활발하다. 아무래도 번화가보다는 창업 비용이 적게 들고 골목에 접한 주택과 차고 등을 가게로 개조하기도 쉬워서다. 그래서 골목은 카페를 비롯해 작지만 개성 있는 가게를 차리려는 청년들의 창업 무대도 되고 있다.
대구 중구 삼덕동 주택가 깊숙한 곳에 지난해 12월 문을 연 카페 '스테이웜'. 이곳은 1988년생 동갑내기 사장인 김보민, 김철완 씨가 개발한 '소나무라떼'와 목공소를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카페다. 유동인구가 적은 주택가에 뜬금없이(?) 위치해 있지만 유명세에 차를 타고 멀리서 오는 손님이 적잖다. 21일 오후에 들렀더니 10여 명 손님이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두 청년 사장은 "최근 카페 투어를 한다며 서울에서 온 손님도 여럿이었다"고 했다.
삼덕동은 요즘 카페를 비롯해 요리점, 술집 등이 기존 한옥'적산가옥'양옥 주택이나 다세대주택 1층을 개조해 들어섰고 또 들어서기 위한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덕동은 일제강점기부터 수성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대구 대표 부촌이었던 곳이다. 오래됐지만 외관이나 내부 구조가 매력적인 주택이 많아 수년 전부터 커피집과 식당 등으로 속속 꾸며지며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이 달구벌대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에 있는 김광석길 및 대봉동을 비롯한 여러 주택가, 경북대 캠퍼스 주변을 비롯한 대학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주택가에 형성된 카페 골목으로는 대구에서 원조 격인 앞산 카페거리도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카페 골목의 경우 가게 임차 비용이 크게 올라 이를 감당하기 힘든 상인들이 간판을 내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카페 열풍에 비례해 폐업하는 카페도 많다. 비씨카드의 가맹점 분석에 따르면 대구를 포함한 전국 특별'광역시 및 경기'제주의 폐업 카페 수는 2013년 469곳, 2014년 651곳, 2015년 965곳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