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농업의 쌍두마차, 오미자와 사과] 친환경 대표 브랜드로 국내 석권

입력 2017-01-25 04:55:02

이제 세계인 입맛 유혹한다

스타벅스 매장의 문경오미자 피지오 음료
서울 대형마트에서 문경사과와 문경오미자를 홍보하고 있는 고윤환 문경시장.
스타벅스 매장의 문경오미자 피지오 음료
서울 대형마트에서 문경사과와 문경오미자를 홍보하고 있는 고윤환 문경시장.

지난해 문경 농업 역사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다국적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국내 농산물 중 처음으로 문경오미자로 만든 음료를 출시한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여름 국내 890개 매장에 문경오미자로 만든 음료 '문경오미자 피지오'를 출시해, 여름철 50만 잔(28억원) 이상을 판매했다.

문경 농산물에는 또 다른 대표선수가 있다. 바로 사과다. 문경은 전국 6번째 사과 주산지이다. 2006년부터 해마다 10월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사과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농산물축제로 이름났을 만큼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문경 농산물 쌍두마차인 오미자와 사과는 올해 국내 농산물 시장을 석권하고자 제품 개발, 판로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왕실이 사랑한 문경오미자

문경오미자는 조선시대부터 문경 토산물로 유명세를 탔다. 조선조 각종 기록에서 문경오미자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꼽혔다. 52년간 왕위를 지키며 82세로 생을 마감한 조선 영조(英祖'1694~1776)가 매일 오미자로 만든 차를 즐겨 마셨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도 있다.

문경오미자가 이처럼 왕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오미자의 효능 때문이다. 오미자는 동의보감에 '천식 치료를 위한 한약재로 널리 사용됐으며 피를 맑게 하고, 식은땀을 줄이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여름철에 먹으면 오장의 기능을 크게 보하고 갈증 해소에 특효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 피로 회복 효과뿐 아니라 집중력을 배가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수험생 등 자녀에게 오미자를 먹이는 부모가 늘고 있다.

기침, 천식은 물론 호흡 작용을 도와 폐를 보호하기 때문에 애연가에겐 필수이다. 또 목을 많이 사용하는 정치인, 교수, 교사, 세일즈맨들도 오미자를 찾고 있으며 특히 간(肝) 기능 개선과 치료가 까다로운 한국형 당뇨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금은 문경오미자 전성시대

문경오미자는 2008년부터 9년 연속 친환경 농산물 부문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받는 등 연일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문경이 야심 차게 내놓은 가공식품인 오미자김은 경상북도 내 우체국 쇼핑몰 김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중국 시장 점령에 나섰다. 오미자와인과 오미자청 등은 올가, 초록마을, 웰스토리, 롯데, 풀무원 등 국내 유명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문경오미자는 이제 국내 시장이 좁다며 외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에서 생산한 제품이 말레이시아로 첫 수출 길을 열었다.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북미시장과 유럽 진출을 위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올해 첫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문경오미자는 현재 950㏊ 재배면적에 연간 5천t을 생산, 연간 농가소득 500억원, 가공식품 판매 500억원 등 1천억원을 돌파해 문경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문경시는 다양한 제품과 체험, 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성장과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문경새재 입구의 오미자테마공원, 오미자 최대 주산지인 동로면 황장산 일원 야생오미자단지 등에 도시 소비자를 초청해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구매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오미자는 도시민을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촉매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문경에서 오미자가 귀농인의 으뜸 선호 작목으로 꼽히는 것. 오미자가 다른 작목에 비해 소득이 높고 상대적으로 병해충이 적은 데다 재배와 생산이 쉽기 때문이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오미자 명성은 농가의 열정과 연구 노력, 앞선 행정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문경사과 돌풍

지난해 11월 30일은 문경사과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16년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농산물로는 유일하게 대상을 받은 것. 이로써 문경사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 사과의 자리를 차지했다.

문경사과가 맛있는 이유는 자연환경과 기후 덕분이다. 문경은 사과 비대기인 7~9월 사이 600㎜의 알맞은 강수와 당(糖) 축적기인 9~10월 풍부한 일조량을 가졌다. 9~10월 주'야간 일교차는 타 사과 생산지역보다 3~4℃ 높다. 그 덕분에 문경사과는 당도가 타 지역보다 1~2브릭스(Brix) 높다. 과즙도 많아 사과 고유의 맛이 일품이다. 더욱이 문경사과는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도 좋아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만족한다.

문경사과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건 '못난이 사과'로 잘 알려진 '감홍'(甘紅)이다. 감홍은 부사의 평균 당도 15브릭스보다 높은 평균 18브릭스로 사과 중 최고 당도를 자랑한다. 이름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문경시는 감홍의 인기 덕에 '백설공주가 사랑한 사과'로 홍보 중이다.

사실 감홍의 성공 신화는 소비자가 만들어냈다. 감홍은 다른 품종에 비해 못생기고 색깔도 기대 이하이다. 1992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당시에는 병충해에 약하고 저장 기간이 상온에서 2개월에 불과해 농가로부터 퇴출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문경사과축제를 통해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축제 당시 주최 측은 주력 상품으로 양광사과를 내놓았다. 못생긴 감홍은 시식용이었다. 이제는 그 맛을 잊지 못한 소비자들이 감홍을 먹으려고 1년을 기다리는 인기 품목이 됐다.

문경시는 문경사과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다시 한 번 뛰고 있다. 명품사과 생산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고품질 생산시설 현대화사업과 감홍과원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과대학, 사과농가 국제교류 등 사과 생산 전문인력 양성, 국제사과 학술세미나 개최로 농업인 기술 향상 등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또 요즘 소비자가 품질은 물론 안전성에도 신경 쓴다는 점에서 거점산지유통센터를 지어 공동선별, 공동포장, 문경시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인 '새재의 아침'을 통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속적인 홍보와 판매를 위해 문경새재 입구와 중부내륙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국 최대 규모 농특산물직판장도 운영 중이다.

고 시장은 "문경사과축제는 지난해 무려 32만 명이 다녀갔고, 26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또 2015년 말 기준 문경은 연간 4만4천t의 사과를 생산해 총생산액도 1천억원에 이른다"며 "오미자와 함께 문경사과의 6차 산업에도 적극 투자해 농가 소득 증가와 문경 사과 브랜드 이미지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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