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기자의 이슈 털기]<32>-털보기자의 새해 편지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

입력 2017-01-05 17:47:12

병신년 365일은 갔고, 정유년 365일이 왔습니다. 지난 365일은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이제 닷새가 지났으니, 다가올 360일은 안온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대구경북의 입장에서 보면 쓰나미보다 더한 2016년 악몽입니다. 총선에서 야당에 대패하더니, 이어 밀양 신공항 백지화 그리고 성주 사드 배치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유래없는 경주 대지진과 또다시 일어난 서문시장 큰 불도 지역민의 아픔을 더 후벼팠습니다.

'들국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에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가사를 되새겨 봅시다. 병신년의 아픈 기억은 그대로 묻어둡시다. 대구가 낳은 대통령 박근혜의 시대는 이제 실망스럽게 저물고 있습니다. 쓰라리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입도 있고, 할 말도 있지만 침묵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성공을 꿈꾸는 새 대통령의 꿈은 다시 꿉시다.

거창한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의 대권주자를 찾아봅시다. 꼭 우리 지역 출신의 대통령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각종 부조리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정의롭고, 청정한 나라로 만들려는 의지와 실천력만 있으면 여야를 꼭 가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대통령은 대선 캐치 프레이즈로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을 내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현 건강상태는 "병든 육체에 불건전한 정신"이 정확한 진단일 것입니다. 얼마나 왜곡된 가치 속에 살고 있는지 되돌아 봅시다. 성형 열풍에 얼굴이나 몸에 칼을 대지 않은 젊은 여성을 찾아보기가 더 힘든 지경입니다. 외모 경쟁력 때문에 대머리(일명 '반짝이')나 단신(일명 '난장이'), 배불뚝이(일명 '똥배'), 대두(일명 '큰바위 얼굴'), 납작코(일명 '펑퍼짐한 코') 등이 얼마나 조롱받는지 모릅니다. 부모로부터 타고난 유전자(DNA)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유치하고 저질인지를 반증하는 꼴입니다. 진정으로 저마다의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각자 타고난 육체 속에서 건강해야 하고, 그 속에서 미모를 가꾸어 나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천민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 속에 건전한 정신세계는 달나라로 간 지 오래입니다. '돈도 실력이다'(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멘트)라는 말이 사실상 저속한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습니다. 요즘 어딜가나 돈없이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법-의료-교육-문화-스포츠 등 각계 분야도 돈이 서열을 정해줍니다. 서민들은 이 말에 화가 나겠지만, 냉철히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에는 돈과 이권이 연결돼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모든 분야에서 '돈'이 앞장서면 안됩니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큰 명분과 목표 속에서 돈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천민 자본주의가 탈을 벗고, 인간 중심의 따뜻한 자본주의가 자리잡을 공간이 열립니다.

이데올로기 얘기도 잠시 하겠습니다. 보수-진보가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싸워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박근혜 탄핵을 축제로 여기는 듯한 촛불시위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깊이 잠든 보수세력에게 친박과 비박이 중요합니까. 300명의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입니까? 당리당략과 지역 이권챙기기를 위한 로비스트입니까? '좌우 이념대립'은 국민들 밥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의 부재 속에서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황교안 국무총리처럼 크게 대중 인지도가 없는 인물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라도 좋습니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를 실천한 지극한 평범하고, 양심적인 차기 대권주자가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를 살리는 것도 급하지만, OECD 국가 중 자살율+저출산+이혼율+청년실업율+성형중독 등 인간성을 말살하는 악성 지표 최상위권 탈출시킬 '건강한 육체, 건전한 정신'의 제19대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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