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타다가…강한 자외선에 겪는 '설맹'

입력 2017-01-04 04:55:02

눈밭에서 눈멀 수도…고글 꼭 쓰세요

얼지 않은 설원 자외선 80% 반사

동공 넓어진 상태서 고글 벗으면

자외선에 망막 노출돼 시력 손상

설맹 나타나면 렌즈 즉시 벗어야

눈 비비지 않아야 2차 감염 예방

하얀 설원 위에서 속도를 즐기는 스키와 스노보드의 계절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형색색의 스키복과 화려한 액세서리, 멋진 선글라스는 겨울 스포츠의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스키를 즐기다간 눈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설맹'(雪盲)을 겪을 수 있다.

◆자외선 무시하다 극심한 통증

'설맹'은 하얀 설원에서 시력을 잃는 상황을 말한다. 주로 눈에 반사된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된 눈의 각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눈물이 나는 '설안염'이나 '광각막염'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자외선에 의한 망막손상으로 시력을 잃는 '태양망막증'까지 포함된다.

설맹의 원인은 자외선이다. 얼지 않은 설원은 자외선의 80%가량을 반사한다. 고산 등반이나 스키장에서 설맹이 일어날 위험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눈뿐만 아니라 모래 해변이나 얼음, 물의 표면도 자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이 없는 곳에서도 설맹이 일어날 수 있다.

태양광 외에 인위적인 자외선도 설맹을 일으킬 수 있다. 강한 빛이 발생하는 용접이나 인공적으로 자외선을 쬐는 인공 태닝 후에도 시력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태양망막증은 태양광을 직접 바라보는 경우에 많이 일어난다. 특히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동공이 크게 넓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선글라스를 벗으면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가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시세포가 손상을 입는다.

◆자외선 완벽 차단용 선글라스 착용해야

광각막염이 나타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눈물, 눈부심, 충혈,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자외선에 노출된 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일어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겨울 스포츠를 즐긴 뒤 쉬는 시간에 증상이 생겨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태양망막증은 자외선 노출 직후 증상이 일어나고 통증이 없는 대신 중심 시력이 떨어지거나 어두운 점이 보이는 식이다. 색깔 감각에 이상이 생기고 물체가 휘어지거나 작게 보이는 증상도 있다.

광각막염은 대부분 이틀 이내에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각막이 혼탁해져 시력이 영구적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항염증 점안제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설맹이 나타나면 콘택트렌즈는 즉시 벗어야 하고, 눈을 비비지 않아야 이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설맹을 예방하려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글라스나 고글은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되, 눈의 옆이나 아래에서 반사되는 '산란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준엽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는 "자외선은 구름을 통과하기 때문에 흐린 날씨라 할지라도 설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준엽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