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서 떡국용 떡 슬쩍, 자전거 훔쳐서 생활…생계형 범죄 가파른 증가

입력 2017-01-04 04:55:02

100만원 미만 소액 강·절도, 전국 19만455건 5년새 2배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대형슈퍼마켓에서 30대 남성이 2만5천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치다가 직원에게 적발됐다. 이 남성이 훔친 식료품은 만두 2봉지와 떡국용 떡 1봉지 등 떡국에 들어갈 재료들이었다. 슈퍼마켓 직원은 "이전에도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몇 차례 가져간 적이 있는 남성"이라며 "아마 새해에 떡국을 끓여 먹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구 남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5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남성이 남구 일대를 돌며 훔친 물건은 자전거, 오토바이 번호판, 소나무 분재 등 시가 136만원 상당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전과로 직업을 구하기 마땅치 않았던 터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장기 경기침체가 생활고로 이어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들어 흉악 범죄는 줄어들고 있지만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식료품이나 소액 물품을 훔쳐 생활비를 마련하는 범죄는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100만원 이하 소액 강'절도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10년 9만6천27건에서 2014년 19만455건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강'절도 사건은 27만3천819건에서 26만8천450건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소액 절도 통계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증가 추세다"며 "대구도 생계형 소액 절도 사건이 4, 5년 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주요 이유는 경제난과 양극화로 지적된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논문 '소득불평등과 범죄발생에 관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0388만큼 개선되면 범죄발생이 1만4천 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니계수는 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특히 최근에는 구직난 속에 직장을 구하기 힘든 젊은 층이나 생활고를 겪는 노년층의 생계형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수성경찰서는 동대구역 유실물센터와 수성구 한 PC방에서 스마트폰 2대를 훔친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직장이 없던 남성은 경찰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스마트폰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범죄 이력으로 인해 직업을 구하기 쉽지 않아 범죄를 저지르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 경제난이 해소돼야만 생계형 범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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