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우리나라엔 거짓말쟁이가 지천으로 널렸다. 예로부터 그랬던 모양이다. 1653년 우리나라에 표류했던 네덜란드인 하멜은 13년여에 걸친 그의 조선 표류기에 이렇게 썼다.
"조선인은 남을 속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남을 속이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
하멜 표류기는 우리나라를 유럽에 알린 최초의 책이다. 그 책이 우리나라를 거짓말쟁이의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러 같은 한국인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구한말 도산 안창호는 자신이 주창한 '민족개조론'에서 "어찌하면 이 민족을 현재의 쇠퇴에서 건져 행복과 번영의 장래로 인도할까 생각"하면서 "첫 번째, 거짓말과 속이는 행실이 없게 함"을 꼽았다. 시대의 선각자가 한국인들 사이에 속고 속이는 행위가 만연해 있고, 그것이 민족 발전의 발목을 잡을 정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인의 거짓말 습관은 현대에 들어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거짓말 공화국이다. OECD 국가 중 전체 범죄 중 사기 범죄 비중이 1위다. 그해 검찰청이 공개한 우리나라 사기사건은 27만4천86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에서 발생한 사기사건보다 7.2배 많다. 사기의 본질은 온갖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범죄다.
국회 국정 농단 국조특위 청문회를 통해 새삼 우리나라가 '거짓말쟁이의 나라'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태도가 압권이다. 2년 6개월을 청와대에 근무하고서도 최순실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의 장모가 최순실과 골프를 쳤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내가 장모한테 여쭤 봤는데 골프를 친 적도 없고 최순실 자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역시 "최 씨를 모른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거짓말쟁이의 나라가 된 것은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다. 오히려 처벌받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니 청문회장이 거짓말 경연장이 됐다. 국민들은 몰라 속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방법이 없다. 우 씨 같은 사람 때문에 "남을 속이고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는 말은 300여 년을 거슬러 아직도 유효한 말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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