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군 공항 이전이 뭐 그리 급한가? 돈도 많이 들고… 공항이 대구에 있으니 편하기만 한데 왜 자꾸 같이 옮기자는 거야?"
다른 지역 사람들의 말이 아니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타 지역 주민들도 아니고 대구 시민들로부터 이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머리 위에서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는 동구에서 단 하루라도 살아보라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혹자는 이런 얘기도 한다. "어차피 전체 대구시민의 10%밖에 불편을 겪지 않는데 공항 이전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라고.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나만 괜찮다고, 내가 불편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은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은 공동체 사회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사실 K2 이전 문제는 어제오늘 반짝 등장한 이슈도 아니고 대구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랜 시간 생활권의 피해, 학습권의 피해, 재산권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 온 동구와 북구뿐만 아니라, 균형적인 도시 발전을 위해서 대구시 차원에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그리고 치열하게 정부에 제기해 온 핵심 과제였다.
반세기 전 K2 비행장이 들어설 당시에는 그곳이 대구의 변두리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인구 36만 명이 거주하는 동구의 핵심 지역에 있으며 대구 중심인 시청에서 5㎞, 동대구역과는 3㎞ 거리에 있다. 이제까지 고도 제한과 소음 피해 등으로 철저히 발전에서 외면당한 곳이었지만 앞으로는 대구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도시, 동대구벤처밸리, 이시아폴리스와 금호워터폴리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구의 노른자위 땅으로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K2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한, 대구 발전의 신성장동력이 될 이들 산업단지의 상호 시너지효과가 희석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대구공항은 어떠한가? 대구공항 개항 이후 공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민'군 공용 공항으로 2개의 활주로는 길이가 2천740m, 폭이 45m에 불과하다. 이는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위치가 분지 지형으로 시설 확장에 어려움이 많고 중'장거리 노선의 취항이 어려워 국제허브공항으로서의 발전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의 시설 규모는 2020년이면 증가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구공항을 남겨두고 K2만 이전하는 것은 가능할까? K2 이전 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자기자본으로 새로운 K2 기지를 건설한 후 국방부에 기부하고, 현재의 K2부지를 국방부로부터 양여받아 개발하는 방식(기부 대 양여)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만약 대구공항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터 개발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에 뛰어드는 멍청한 사업가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여건들을 감안한다면, 대구공항과 K-2의 통합이전은 앞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최상의 선택이라고 확신한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드의 성주 배치 등 대구경북민의 상실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러한 때에 어렵사리 만들어진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분위기가 자칫 개인주의, 지역이기주의로 흐트러져 대구경북민에게 또 하나의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눈앞의 이익, 작은 이익만을 좇다 보면 모두 다 잃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해망구실(蟹網俱失: 게와 그물을 모두 잃다)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시민, 더 나아가 대구경북민들의 하나 된 목소리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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