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대구지검 의성지청 장준혁 검사 의료과실 추적

입력 2016-12-08 04:55:05

의사 출신 검사, 2천쪽 의무기록 살펴…22개월된 유아 '억울한 죽음' 밝혀내

2014년 봄 구미 A병원에서 22개월 된 박모 군이 입원 치료 중 숨졌다. 의료과실이라는 유족 측의 주장과 과실이 없다는 병원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전문성이 강한 병원 측의 주장이 이길 것 같았지만 사건 발생 2년 6개월 만에 의사 출신 검사가 전체 6권, 2천 쪽에 달하는 의무기록을 면밀히 검토, 병원 측의 과실을 밝혀냈다.

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청(지청장 박윤석)은 최근 구미 A병원 B(42) 교수와 외래진료의 C(49) 교수, 이들의 지도를 받는 전공의 D(28) 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전공의 D씨는 E(32) 간호사와 함께 의무기록을 허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5월 확장성 심근병증 의증(심장 근육이 늘어나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병)으로 병원을 찾은 박(당시 22개월) 군은 이곳에서 숨졌다. 유족들은 그해 8월 박 군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병원을 고소했다.

검찰은 전문사건 이송제도를 통해 임상진료 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의성지청 장준혁 검사에게 이 사건을 배당했다. 장 검사는 당시 박군을 처음 진료한 외래진료의 C교수가 방사선 사진만 봤다면 박 군의 폐부종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주치의인 B교수와 2년 차 전공의 수련의였던 D씨도 박 군의 이상을 읽지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병원이 최소 4시간 박 군의 맥박과 호흡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며 박 군을 제대로 진료한 의료진이 없었는데도 의사'간호사가 직접 진찰을 한 것처럼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검찰은 밝혀냈다.

장 검사는 "심장이 늘어난 정도가 심해져 폐에 물이 찼기 때문에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치료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반대로 수액과 진정수면제를 투여했다"고 말했다.

박 군의 부모는 장 검사에게 "의료사고가 사라져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자필 감사 편지를 보냈다.

장 검사는 지난해 8월엔 의성읍 중리리 관사에서 잠을 자다 숨진 남재호 전 대구지검 의성지청장의 돌연사를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직접 만들어 자칫 단순 돌연사로 묻힐 뻔했던 남 전 지청장의 죽음을 공상 판정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경북대 의과대학 출신인 장 검사는 '의료사고에서 불리한 환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소명을 갖고 검사의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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