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깜빡임·미소 많으면 거짓말 신호…『한국인의 거짓말』

입력 2016-12-03 04:55:12

한국인의 거짓말/김형희 지음/추수밭 펴냄.

'세계 가치관 조사'가 2005년부터 5년간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 조사에서 20대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32.9%로 조사됐다. 2013년 WHO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범죄 중 사기 범죄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것을 강력범죄가 적다고 보아야 할지, 사기 범죄가 많다고 보아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인의 범죄 중에는 '거짓말 범죄'가 많다는 점이다.

이 책은 거짓말을 할 때 한국인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를 5년 동안 조사하고, 분석한 책이다. 책은 '거짓말을 할 때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서구권 사람들의 습성과 달리 한국인은 거짓말을 할 때 코를 만지지도,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흔히 켕기는 것이 있으면 시선을 회피한다고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거짓말쟁이들이 오히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책은 평범한 한국 사람들의 거짓말 반응 사례 1천38개를 분석해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며, 왜 거짓말을 하는지, 거짓말을 간파하고 나를 지키는 법을 소개한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은 남녀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짓을 은폐하는 경향이 크다. 즉, 거짓말을 할 때 남성은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거짓말을 할 때 말수가 적어진다. 말을 줄임으로써 덜미를 잡히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주요 거짓말 신호는 눈 깜박임으로 여성의 두 배인 30%다. 눈동자를 좌우로 이동하는 것은 48%로 여성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경멸이 서린 표정을 짓기도 하고, 몸을 앞뒤로 흔들기도 한다.

여성이 거짓말할 때 주로 나타나는 신체 신호는 미소(19.2%)로 남성의 4배다. 또한 무표정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14.8%) 남성의 15배에 해당한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경향(6.7%)도 남성보다 강하다.

거짓말할 때 가장 많이 드러나는 현상을 순서대로 밝히자면, 안면 비대칭, 답변의 길이(남자는 길어지고, 여자는 짧아진다), 특정 단어 반복, 눈 깜박임 증가, 입술에 침 바르기, 발화(음, 쩝, 쓰), 눈동자 좌우 이동, 미세 표정, 거짓 미소, 질문 일부 반복, 입술 꽉 깨물기 등 순서로 나타난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다. 물론 이는 한국인만의 특징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주요 이유다. 세 번째는 병적인 거짓말이다. 네 번째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한 것으로 선의의 거짓말이다.

책은 또 거짓말을 잘하는 5가지 방법도 소개한다. 첫 번째가 '마음 비우기'다. 거짓말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거짓말을 잘하자면 마음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남을 속이기에 앞서 자신부터 속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연습이다. 거짓말도 자꾸 할수록 는다는 것이다. 네 번째 방법은 공감능력을 높이는 것, 즉 상대방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상대의 욕망을 읽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신뢰구축이다. 사람은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믿음을 먼저 확보해야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인이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유를 '거짓말에 관대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거짓말을 한 사람이 거짓말이 들켜 입을 손해보다, 거짓말에 속은 사람이 잃을 것이 훨씬 크고, 회복도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징계가 더욱 무거워져야만 거짓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지은이 김형희는 신체 언어 및 행동 심리 연구가로 경찰교육원 외래교수다. 한국 바디랭귀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바디랭귀지 사용설명서'가 있다. 21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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