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스 케인스는 자유무역 옹호론자였다. 그러나 대공황이 터지자 생각을 바꿨다. 1933년 5월 미국 예일대 학보에 기고한 '국민경제 자립'(National Self-Sufficiency)이라는 논문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자립 없는 자유무역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케인스가 생각을 바꾼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이론과 들어맞지 않은 새로운 경제 현상이 생기면 주저 없이 입장을 바꿨다.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에 대한 케인스의 대답은 참으로 명쾌했다. "나는 사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꿉니다. 그쪽은 어떻게 합니까?"
문제는 케인스가 이 말을 언제 누구에게 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 출처는 1970년 12월 'Meet the Press'라는 미국 TV프로그램과의 인터뷰다. 여기서 새뮤얼슨은 감내할 수 있는 인플레 수준을 5%에서 3%, 2%로 낮춰간 데 대한 설명으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978년 새뮤얼슨은 그 말을 케인스가 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다만 영어 원문은 조금 차이가 있다. 1970년은 "Well when even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이고 1978년의 표현은 "When my information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이다. 결국 사실이 바뀌면 생각도 바꾼다는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케인스가 맞는 셈이다.
이는 자기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열린 자세이다. 비교 자체가 이들에겐 모욕이겠지만 우리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적 이득만을 노린 현실 추수적 대중 영합이 그 본질이다.
퇴임 문제를 국회가 결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술책"이라고 못 박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정치적 술책'을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 질서 있게 퇴진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 바란다." 불과 11일 전 그가 한 말이다. '최순실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한 그의 말 바꾸기는 이번까지 모두 5번이다. 카멜레온이 꼬리를 내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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