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위암 앓고 있는 서석규 씨 부부

입력 2016-11-29 04:55:01

"기침하다 피 토해도 돈 없어 병원 못 가요"

위암으로 투병 중이지만 치료를 포기한 서석규(가명) 씨와 아픈 아내.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위암으로 투병 중이지만 치료를 포기한 서석규(가명) 씨와 아픈 아내.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서석규(가명'80) 씨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면 전등부터 켠다. 1년 내내 햇빛 한 점 없는 반지하 셋방의 어둠을 밀어내기 위해서다. 서 씨 부부가 사는 방은 사실 낡은 창고다. 벽지를 바르고 장판은 깔았지만 보일러가 없어 방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화장실도 주인집 마당 화장실을 빌려쓴다. 며칠 전, 형광등 하나가 수명을 다한 탓에 집안은 더욱 어두워졌다.

서 씨 부부는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한다. 다리가 불편한 서 씨를 아내가 부축해 힘겹게 전동스쿠터에 태우고, 모터가 고장 난 전동스쿠터를 힘으로 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TV도 없는 집에서 시간을 죽이는 게 서 씨 부부의 일상이지만 추운 겨울이면 집 안에서 버티는 것도 고역이다. 문틈으로 날 선 바람이 들이치는 통에 장롱에 있는 이불을 모두 꺼내 겹겹이 덮고 있어야 한다. 너무 낡은 전기장판은 불이라도 날까 봐 아무리 추워도 마음 놓고 켜보지도 못한다. "그래도 겨울이 그나마 나아요. 비가 잦은 여름에는 습기 때문에 벽지가 다 썩고 쥐랑 바퀴벌레가 들끓어요. 냄새도 얼마나 고약한지 말도 못해요."

◆위암 진단받았지만…포기

서 씨 부부의 고향은 울릉도다. 지난 1995년 대구로 오기 전까지 부부는 3남 1녀를 키우며 어부로 살았다. 서 씨는 오징어를 잡았고 아내는 김을 뜯어 생계를 유지했다. 서 씨 부부는 배를 타면서 죽을 고비를 한 번씩 넘겼다. 서 씨는 28년 전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파도에 배가 뒤집히며 조난을 당했다. 그때 대못에 찍힌 왼쪽 다리는 뼈가 썩어 40㎝ 정도를 절단했다. 아내 역시 김을 따러 바다에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리며 바위에 두 다리를 세게 부딪쳐 양쪽 무릎을 수술했다.

부부가 대구로 온 것도 병원에 다니기 위해서다. 아내의 협심증이 심해진 탓이다. 대구에 정착한 부부는 공사장을 전전하며 일용직으로 일했지만 그마저도 아내가 일터에서 피를 토하면서 그만뒀다. 지금도 아내는 한 번씩 기침을 하다가 각혈을 한다. 동네의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지만 돈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더 큰 걱정은 서 씨의 위암이다. 서 씨는 3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포기했다. 아내는 "요즘 바깥양반이 하루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요. 보건소에서 지원받은 영양죽이나 미숫가루로 겨우 배를 채워요"라며 서 씨를 바라봤다.

◆파스와 진통제로 버티는 삶

중년에 접어든 네 자녀의 도움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혼과 알코올 의존증, 장애 등을 겪는 자녀들은 부모를 도울 형편이 못된다. 그나마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버팀목이지만 더는 손을 벌릴 처지도 못 된다. "매달 기초노령연금 32만원 나오는 걸로 공과금 내고 병원 다녀요. 그래도 이웃사람들이 반찬도 가져다주고 구청에서 쌀도 주니 밥은 안 굶지."

부부는 이따금 폐지를 수거하러 집을 나선다. 서 씨 부부가 온종일 동네를 헤매도 하루 1만원 벌기가 어렵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나갔다가 오면 온몸이 쑤셔서 파스 값이 더 나가." 집에만 머무는 서 씨는 군것질이 늘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매일 일회용 커피를 10잔씩 마시고 줄담배를 피운다. 걱정하는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서 씨는 괜히 큰소리를 낸다. "내가 앞으로 살면 몇 년을 더 살겠노. 암까지 걸려서 곧 죽을 텐데 하고 싶은 거 할란다. 이것도 안 하면 못 산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야속하다. 아내는 말했다. "둘이서 의지하고 이때껏 살았는데 누구라도 먼저 죽으면 어떡하나 싶어요."

서 씨에게 아내가 "파스 좀 붙여달라"며 등을 내밀었다. 서 씨와 아내는 오늘도 온몸에 보건소에서 얻어온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한 움큼 삼켰다. 서 씨는 "하루라도 안 아프고 사는 게 소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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