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장터 오가던 울진 보부상 애환 담겨

입력 2016-11-23 04:55:02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보전회

보부상들의 애환을 담은
보부상들의 애환을 담은 '울진 바지게꾼 놀이' 전승 보전회원들이 지역 축제에서 극을 선보이고 있다. 울진군 제공

'어서 가세 빨리 가세 봉화 장날 맞춰가세/ 3일 밤낮 걸어가면 가족 생각 색시 생각/ 소천장에 도착하여 우리 색시 고름 사고/ 춘양장에 도착해서 어매아배 반찬 사고.'

울진군 북면 하당마을은 과거부터 울진 출신 바지게꾼들의 고향이었다. 울진 흥부장터에서 출발한 바지게꾼들이 십이령 고갯길을 넘어 봉화장터에다 죽변 소금이며, 고포 미역 따위를 짐져 날랐다. 여기서 물품으로 바꾼 쌀과 패물 등은 다시 넘어와 울진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그래서 울진 북면과 봉화장터를 잇는 십이령 고갯길에는 바지게꾼들의 애환과 시름을 잊은 농지거리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울진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차별화된 놀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지나온 바지게꾼들의 희로애락을 놀이로 만든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바지게란 일반 지게와 다르게 뒤쪽 짐을 싣는 가지 부분이 반 이상 짧은 지게를 말한다. 큰 바구니 등 짐을 담은 그릇을 묶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바지게꾼이란 이런 바구니에다 물품을 담아 장터를 떠돌아다니던 보부상을 일컫는다. 꼬박 이틀이 걸리는 산길을 걸으며 보부상 무리는 자신의 애환과 고달픔을 잊으려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길을 재촉했다. 이들의 풍물을 한데 묶은 것이 '울진 바지게꾼 놀이'의 시작이다.

"지금도 십이령 고갯길에는 바지게꾼들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바지게가 어떻고, 노래가 어떻고, 그렇게 입으로만 전해지던 이야기를 모아 시나리오를 만들고 극으로 꾸몄습니다."

울진 바지게꾼 놀이는 1980년대 중반 고 이규형 부구초등학교장의 노력에 의해 탄생했다. 총 12막으로 구성돼 길을 떠나고 주막에 들러 애환을 나누기도 하며 선물을 들고 다시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다. 그러나 보전하려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맥이 끊겼다가 2010년 뜻있는 마을 출신 사람들이 모여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보전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마을 출신 회원 50여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문화제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에서 공연을 가지며 올해 9월 정식 단체로 등록, 지역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보전회 강성국 회장은 "우리네 전통이 잊히지 않고 유지 보전될 수 있도록 소중한 지역 문화를 지켜가야 한다"면서 "어렵게 지켜온 문화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역 학생들을 후학으로 키우는 등 전통이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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