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야당의 허점을 틈타 역공까지 펼치고 있다. 21일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한 국무총리 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이날 청와대 발언은 전날 야권 핵심 정치인 8명이 '국회가 속히 총리를 추천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야권이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차원에서 총리를 추천한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야권은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총리 추천 시점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선 탄핵, 후 추천', 국민의당은 '선 추천, 후 탄핵' 입장을 갖고 있어 야권의 뜻을 모으기도 어렵다. 야당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구호나 외치고 있다가 박 대통령의 역공에 거꾸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그렇다고 총리 지명을 위해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 수도 없고, 황교안 총리를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진 셈이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21일 "총리 추천 문제에 정치권이 실기(失機)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야권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희한한 형국이다.
그렇더라도, 황 총리를 놔두고 탄핵 정국으로 가는 것은 큰 문제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몇 달 간은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 황 총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야권과 상당한 마찰을 빚어 왔기에 권한대행으로는 걸맞지 않다는 평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무난하게 국정을 이끌었지만, 황 총리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야권은 탄핵에 앞서 황 총리의 거취 문제를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옳다. 김병준 총리 카드를 다시 끄집어내든, 새로운 총리를 지명하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집권욕을 앞세워 계속 미적거리다간 비판의 화살이 야권에게로 옮겨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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