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 달러 지속…금융당국 "환율 상승 주시"

입력 2016-11-22 04:55:05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가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고환율 환경을 전제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달러 유입량이 늘어나면서 환율은 다시 내려간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18일 현재 101.28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투자시장을 떠난 달러의 종착지는 미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에 미국 증시가 펄펄 끓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거머쥔 국제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하지 않아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미국에서 안전하게 이자소득을 챙길 수 있고,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높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당분간 강(强) 달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출기업들이 대내외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186.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천180원 초반에서 출발했으나 미국 금리 인상 전망과 국내 증시 부진, 엔화 약세 여파에 1천180원 중반까지 오름폭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인 지난 8일 1천137원에 머물러 있던 원'달러 환율은 단기간에 50원(4.36%) 가까이 급등했다.

외환시장에선 월말 수출기업의 수출대금(달러) 유입을 제외하면 환율 상승을 제한할 재료가 없다는 점에서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1천200원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영선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부 팀장은 "미국발 불확실성 고조 및 정치적 리더십 공백 등으로 내년 상반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100∼1천25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보호무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어 고환율의 이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국내 정치권발 악재도 적지 않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화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국내외 금리차가 축소 또는 역전되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은행의 외화유동성 관리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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