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스마트폰에 빠지다
고령화사회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 노인, '뉴실버' 시대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독립적이고 왕성한 사회활동 욕구가 있는 이들에게 휴대폰은 생활필수품이 됐다.
많은 노인전문기관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스마트폰 강좌를 열고, 이동통신사들도 급증하는 노년층 소비자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 상품과 서비스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처음 배워요
"아유~ 스마트폰이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네. 딱 한 시간만 더 배웠으면 좋겠어."
지난 17일 오후 4시 대구 북구노인복지관 4층 강의실. 돋보기를 낀 한 70대 할머니가 수업 내용을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품 속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빽빽하게 필기했다. 15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진 수업은 손주뻘의 '대학생 선생님'들이 진행하는 무료 스마트폰 교실. SK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대학생 15명이 지난주부터 이곳에서 복지관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스마트폰 교실은 이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교양수업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북구노인복지관 이부년 관장은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이번 교육이 4기로 마지막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다른 단체의 도움을 받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일대일로 강습을 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다. 노인과 대학생이 짝을 맺어 5주 동안 메시지'카메라'DMB'동영상 보기'뉴스 보기 등 다양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다. 대학생 선생님 여상민 씨(영남대 전자과 3년)는 "처음엔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려는 어르신의 열정에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하나하나 배우실 때마다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흰 머리'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차만웅(72) 씨는 "스마트폰을 배우려고 다른 단체에서 여러 교육을 받아봤는데, 대부분 강사 한 명이 하는 강의라 도저히 따라가지를 못했다"면서 "여기는 일대일로 딱 붙어서 가르쳐주니 쉽게 배울 수 있다. 내년에 강좌가 개설되면 또 신청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이 스마트폰 기술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아니다.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법도 함께 느끼고 있다. 채정민 씨(경북대 철학과 2년)는 "흔히 어르신과 저희 젊은 층 사이에는 일종의 편견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정적인 시각이 5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함께하면서 서로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스마트폰 교실의 간판이 '세대공감, 행복한 모바일 세상'으로 지어진 이유다. 참여 문의 053)353-9633.
◆노인 고객 잡아라
수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정모(70) 씨는 스마트폰 덕에 손주들과 동급으로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정 씨는 처음엔 피처폰처럼 음성통화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주들과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 등 '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됐다. 손주가 "할아버지는 왜 스마트폰도 못 써요"라는 얘기에 당장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강좌를 듣고, 관련 서적을 구입해 공부한 덕택이다. 정 씨처럼 70대 이상 고령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DSI)이 발간한 '은퇴 연령계층의 미디어 이용'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년층의 휴대폰 사용자가 매년 크게 느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보급률 59%에서 지난해 71.4%로 늘었다. 휴대폰 사용자 가운데 50대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 비율은 3.6%(2011년)에서 50.35% (2014년)로 많이 증가했다. 노령층에게도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필수품이 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60대 인구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의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률은 전 연령대 평균에 비해 월등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에는 60대의 39.5%가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했지만 불과 2년 후인 지난해에는 72.3%로 두 배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60대 이상 소비자의 등장으로 업계 움직임도 바빠졌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이들 노인을 '실버 서퍼'로 부르며 이들을 위한 스마트폰 상품과 요금제, 서비스 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노인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실버 서퍼(silver surfer) =인터넷,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고령층을 일컫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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