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낡은 항구에 대형 오피스 공급,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토니 블레어가 1997년 영국 총리가 된 뒤 문화산업의 영역을 뛰어넘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이라는 개념을 영국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영국이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 박물관, 뮤지컬 등 문화자산의 바탕에 창조성을 가미함으로써 국가 이미지 개선, 부의 축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산업 육성을 시도한 것이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런던의 도크랜드(Dockland) 재생 사업이다. 실제 런던은 대규모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재생사업을 통해 창조도시이자 수변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나아가 디자인, 의상, 공예, 공연, 전시 등 각종 문화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서구 문화의 추세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문화 중심지가 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친수도시로 평가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영국, 싱가포르, 빌바오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대구의 수변도시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낙후된 항만지역이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재탄생
영국은 과거 항구이자 물류 중심지였던 도크랜드 지역의 재개발을 통해 제2의 번영을 꾀했다. 이에 도크랜드는 서구 금융과 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섰고, 그 중심엔 카나리워프가 자리 잡고 있다.
▷도크랜드의 재생
도크랜드는 런던도크랜드개발공사(LDDC)가 1981년부터 조성에 들어간 영국 템스강변의 신도시이다. 과거 항구이자 물류 중심지였던 도크랜드 지역의 경기가 침체돼 지역시설이 낙후되고 실업자가 증가하자. 중앙정부가 나서 낙후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하게 됐고, 도크랜드가 재탄생하게 됐다.
규모는 2천200만㎡ 정도로 이곳엔 서리도크(Surrey Docks) 지구, 워핑과 라임하우스(Wapping and Limehouse) 지구, 아일오브도그(Isle of Dogs) 지구, 로열도크(Royal Docks) 지구 등 4개 개발지구로 이뤄져 있다. 서리도크 지구엔 레스토랑, 주상복합시설 및 레저시설, 상업지구인 워핑과 라임하우스 지구엔 세계무역센터, 타워호텔,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자리 잡고 있고, 업무지구인 아일오브도그 지구엔 주로 금융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또 로열도크 지구엔 비즈니스파크, 전시장, 로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시티 공항 등 위치하고 있다.
▷카나리워프
민간투자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클러스터다. 도크랜드 지역의 아일오브도그 지구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규모는 28만5천㎡로 업무'상업'교통'기타 등 크게 4개 시설로 구성돼 있다. 업무시설에는 금융업체 및 서비스업체 등이 30여 개 빌딩에 입주해 있고, 상업시설엔 200개 이상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입주한 4개의 쇼핑몰이 있다. 카나리워프는 도크랜드 재개발 사업의 하나로 비즈니스 특화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조성되기 시작했다. 시티 지역의 오피스 빌딩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대형 오피스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카나리워프는 결국 도크랜드 지구 전체의 재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이에 동유럽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슬럼가에 불과했던 카나리워프는 주택 1만4천 호와 업무시설, 공원이 조화된 첨단복합단지로 재탄생하게 됐고, 수변재개발사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현재 카나리워프는 런던 금융의 중심지로 리먼 브러더스, 씨티그룹 유럽본부, 모건스탠리, HSBC 등 국제적인 금융회사와 다국적 법률회사 및 언론사들이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강 중심의 친수형 상업'업무공간 개발
싱가포르 도심부(Central Area)는 싱가포르의 55개 계획지구 중 정치, 경제의 중심지다. 싱가포르 전체 면적의 12%에 달하는 싱가포르 도심부는 업무지역, 상업지역, 수변지역, 역사지역, 문화지역, 주거지역 등 크게 6개의 용도지역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주거지역 중 일부, 문화지역, 수변지역, 업무지역 등 4개 지역이 싱가포르강(Singapore River)과 연계돼 있다.
싱가포르는 대규모 공공공간이나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 수변공간을 따라 시민이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용도의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교량 등 시설물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수변공간의 상징성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수변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디자인의 공공용도 건축물을 수변공간에 인접 배치하는 것은 물론, 수변공간에 대한 조망점 역할 및 랜드마크 기능을 할 수 있는 관람차, 놀이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수변공간 가까이 배치해 시민 활동거점 제공 등 시민들의 일상적 접근을 유도하고 있다. 친수형 상점을 유도하기 위해 임시점유허가제도(TOL)를 운영하고, 보행자의 접근을 보다 수변공간에 가깝게 하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수변의 야간경관, 가로예술품 설치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는 다운타운 코어지역이나 싱가포르강 주변 지역에 가로예술품을 설치할 경우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연면적의 최대 2%를 추가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마리나베이 주변 수변공간 등에 조성되는 건축물에 야간경관 및 외부조명기구를 설치할 경우 설치비와 운영비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시민의 여가활동이 집중되거나 관광객들의 방문이 활발한 금~일요일 경우엔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건축물의 내부 조명을 켜놓도록 장려하고, 국가기념일과 축제기간에는 내'외부 조명을 꼭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물을 이용하는 도시가 이긴다!
스페인 빌바오는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핵심 산업이던 철강산업이 쇠퇴, 철강의 상'하역에 이용되던 항만이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되자 항만기능을 정비하고 네르비온강 재생을 통해 수변정비에 나섰다. 세계적인 건축가를 영입해 공업용 선박이 드나들던 도개교를 없애고 디자인된 보행교를 신설하는 한편 현대미술에 기반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빌바오의 변혁을 이끌게 된다. 변혁의 핵심은 바로 수변공간의 재생. 빌바오는 강과 시가지가 만나는 공간에 대한 차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함으로 이른바 빌바오 효과, 빌바오 혜안을 이끌어냈다. 스페인 정부 50%, 주정부 15%, 빌바오시 15% 등 공공이 개발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부족한 비용 일부는 도심 공원 하부를 주차장으로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당했다. 각 주체 간의 일사불란한 역할 분담과 합의가 전제됐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긴 안목을 가지고 일관된 수변정비 등 정책 추진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계획과장은 "영국 런던, 스페인 빌바오 등 친수도시로 평가받는 곳은 자칫 과거의 영광에 묻힐 수 있었던 위기를 항만, 강 등 도심의 수변지역의 재발견을 통한 장기적인 개발 계획과 적극적인 실천으로 극복하고 재개발 및 번영에 성공했다"며 "대구도 금호강 등 도심의 천혜자원을 잘 활용하면 이들 못지않은 수변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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