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어르신들의 배움터로

입력 2016-11-08 04:55:01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중앙노인독서대학 독서반 학생들은 요즘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정욱진 기자
올 8월 수성도서관 사회문화대학 학생들이 대구의 한 유치원을 찾아 원생들의 교육환경을 알아보는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수성도서관 제공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중앙노인독서대학 독서반 학생들은 요즘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정욱진 기자
올 8월 수성도서관 사회문화대학 학생들이 대구의 한 유치원을 찾아 원생들의 교육환경을 알아보는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수성도서관 제공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책과 멀어진다. 보통은 독서용 안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력 저하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고령층의 문맹률이 높아서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노인이 있다는 현실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67%로 스웨덴(87%), 네덜란드(84%), 덴마크(83%), 영국(82%), 독일(81%)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유럽인들은 연령 증가에 따른 독서율 감소 추세가 비교적 완만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령에 의한 감소율이 급격하게 나타난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 비율은 10대에 81%로 정점을 이루며 50대에 51% 수준으로 내려가고 60대에는 26%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공공도서관 이용자 중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도 60대 이상이다.

이런 가운데, 도서관이 어르신들의 독서 등 배움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매일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봤다.

노인이 존경받는 세상, 첫걸음이 '독서'

#29년 역사 중앙노인독서대학

대구시립중앙도서관 3층에 가면 중앙노인독서대학이 있다. 1987년부터 노인들을 위한 배움터 역할을 했으니, 29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 대학 심구석 학장은 "중앙노인독서대학의 건학정신은 '건강, 독서, 참여'"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활발한 독서를 통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찾고, 지역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에는 여러 동아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독서반이 인기다. 매달 첫째 월요일, 50여 명의 독서반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강의에 이어 한 달 동안 읽었던 책을 토론하고 독서감상문도 함께 공유한다. 올해부터 독서반 지도를 맡고 있는 천기석 경북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외국에서 생활을 많이 했는데, 일본이나 영국, 이탈리아 노인들은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면서 "노인이 어르신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교양을 갖춰야 한다.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 교수는 노인 학생들에게 책을 읽기 위한 동기부여에 힘을 쏟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책과 점점 멀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책읽기를 위해 책 소개, 독서토론, 독후감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서 의욕을 끌어올리고 있지요."

천 교수는 노인에게 독서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두뇌활동이 활성화돼 치매를 예방할 수 있고, 노인에게 흔히 찾아오는 고독감과 소외감 등에서 오는 우울증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노인은 지식과 지혜의 저수지다. 그 저수지의 물을 수많은 후배들에게 전달하려면 독서라는 양동이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또 자기 자신의 교양을 채우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 노인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는 첫걸음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노인독서대학은 매년 2월 말 새 학생들을 신청받는다. 50세 이상이면 전국 어디에 주소를 두고 있어도 입학이 가능하다. 입학금은 1년에 9만원을 내면 된다. 문의 053)423-4107.

시력 안 좋은 어르신들 위해 책을 '듣다'

#수성도서관 사회문화대학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사회문화대학은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노인들의 배움터다. 1990년 효목노인독서대학으로 출발한 이곳은 초창기 교직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면서 지금까지도 학구열이 남다른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송승달 학장은 "노년 인구의 증가로 인해 평생교육에 대한 갈망이 두드러지면서 학교 문을 열었다"면서 "지금은 인문, 사회과학, 과학기술, 예체능, 보건복지, 신지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인사를 모시고 연간 80회가량 특강을 여는 등 학생들의 수준이 다른 곳에 비해 높다"고 자랑했다.

특히 올해 9월부터는 '소리로 듣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도서관 시청각실에 'CD 책자'를 구비, 시력 저하 등으로 책읽기가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사업을 펼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각실 소리로 듣는 인문학 코너는 책을 듣는 어르신들로 매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현재 90여 명의 학생들이 있는 수성도서관 사회문화대학은 무학년제로 연중 수시 모집한다. 65세 이상 대구경북 거주민이면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명승지 및 고적지 답사 명목으로 한 달에 1만원의 자치회비만 내면 학비가 거의 필요 없다. 매주 화'금요일 두 차례 강의를 한다. 송 학장은 "건강하고 학구열만 있다면 누구나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습관적으로 책을 가까이하면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문의 053)744-3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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